복지부,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전북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은퇴 후 퇴직금으로 시작한 자영업에 실패한 뒤 일용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아들 내외가 매월 15만 원씩 용돈을 보내주고 있는데, 세 자녀를 키우는 터라 A씨를 전적으로 부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저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인 아들 내외의 소득과 재산이 수급 기준을 넘어 생계급여는 탈락하고 주거급여만 월 16만 원 받고 있다.
이런 A씨에게 희소식이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생계급여 대상에도 포함돼 매월 총 4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이 크게 완화하기 때문이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고소득·고재산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폐지된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4만9,000가구 이상이 생계급여를 추가로 받을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만 지급된다. 부양의무자는 소득·재산 수준을 평가해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면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정받는다. 그런데 현행 평가 방식에 따르면 소득·재산 기준이 너무 낮게 잡혀 현실적으로는 부양이 어려운데도 부양이 가능하다고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모두 1인 가구인 경우 부양의무자의 월 소득인정액(실제 소득과 재산 환산액의 합에서 가구 지출 비용을 뺀 금액)이 255만 원만 돼도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정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상당수가 이 같은 부양의무자 평가 기준 때문에 생계급여를 못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부모나 자녀의 △연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재산(금융 재산 제외)이 9억 원을 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대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10월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가구 인원수와 관계없이 세전 연 소득이 1억 원 이하이고 재산이 9억 원 이하이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나 자녀가 고소득자, 고재산가인 사람만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월 이후 이 기준 적용으로 생계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약 4만9,000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도 증가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64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는 2022년 중위소득 증가율을 4인 가구 기준 5.02%로 결정했다. 2016년 기준중위소득 개념을 도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를 적용해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전체적으로 증가하면 생계급여를 추가로 받게 되는 사람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생보위가 산정 방식 원칙을 따르지 않은 채 중위소득 증가율을 결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원칙대로라면 6% 넘게 인상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올해 2.68%, 2020년 2.94%, 2019년 2.09%)보다는 인상 폭이 컸다”며 “향후 원칙대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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