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비 등에 탕진…빚 40억 되자 살해 계획
'피해자' 아버지 "아들 처벌 말아 달라" 호소
변호사인 아버지의 명의로 111억 원을 끌어 썼다가 수십억 원을 갚지 못할 상황에 내몰리자 아버지를 살해하려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 정총령 조은래 김용하)는 존속살해미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4)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8년 8월부터 약 1년 10개월이란 상당한 시간 동안 사기 범행을 저질렀고, 이 범행으로 채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채무 명의자인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했다"며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아버지의 뒷머리를 수차례 내려치는 등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아버지인 B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차량을 운전해 아버지와 저녁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척 하다가, 아버지가 차에서 내린 상황을 틈 타 머리를 내리쳤다. 갑작스런 타격에 충격을 받은 B씨는 어디엔가 머리가 부딪혔다고 생각한 듯, "머리에서 피가 난다"며 병원으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A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 시내 한 병원으로 이동한 A씨는 병원 주차장에서 재차 범행을 시도했지만, 아버지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A씨는 이번엔 교통사고로 위장해 범행을 할 목적으로 아버지를 차량에 태운 채 고속도로로 향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을 테니 내려달라"는 아버지의 호소에 그를 근처에 내려준 뒤 도주했다.
A씨는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원금에 이자를 더해 갚겠다"면서 지인들을 속여 총 27명에게 111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법률사무소 명의의 차용증 98장도 위조했다.
A씨는 이 돈으로 빚을 갚고,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탕진했다. 처음에는 40억 원 상당을 빌려 썼다가, 이후 이른바 '돌려막기'로도 상황이 수습되지 않자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편취한 금액 일부를 변제에 사용해 현재 남은 피해 금액은 16억원 정도로 보인다"면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아버지 B씨는 재판부에 "아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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