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만 남겨
'평시법원 폐지' 빠져 합동위원 6명 사퇴
민관군 합친 병영혁신 의지 빛 바랠 수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 성범죄 수사와 재판이 민간으로 이양되면 보통군사법원도 기존 30여 개에서 5개로 대폭 줄어든다. 90여 개에 이르는 각군 검찰단 역시 4개로 통폐합이 유력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은 상태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던 군 사법기능의 상당 부분을 민간으로 넘겨 투명성을 확보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군의 환골탈태를 담보할 수 없다며 쇄신 기구가 파행을 겪는 등 여진이 지속돼 군 개혁 목표를 둘러싼 국방부와 민간의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고등군사법원 폐지·軍 검찰단 90→4개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단적인 변화는 군 사법체계의 양대 축인 군사법원과 검찰단의 규모 축소이다. 개정 법안은 군사법원은 1심만 담당하고 2심부터는 민간 고등법원이 맡되 △성범죄 △군인 사망사건 △입대 전 범죄 등 비(非)군사범죄는 1심도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관할토록 했다.
그 결과,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은 아예 없어지고 군단급에 설치된 군사법원 30여 개도 국방부와 광역시ㆍ도 4곳 등 총 5곳으로 통폐합된다. 소속도 각 군단급에서 국방부 직할부대로 바뀐다. 군 형사사건의 87% 이상이 성범죄, 폭력, 교통위반 등 비군사범죄인 점을 고려하면 군사법원이 맡을 사건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군 검찰단 역시 대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국방부와 각 군에 설치된 90개 보통검찰부가 4개 검찰단으로 쪼그라든다. 국방부와 육ㆍ해ㆍ공군에 한 개씩만 남겨두는 식이다. 개정안은 또 지휘관이 판사 자격이 없는 일반 장교를 재판장으로 지정해 ‘봐주기 판결’이 가능했던 ‘심판관 제도’와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하면 선고된 형량의 3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는 ‘관할관 제도’도 없앴다. 지휘관의 재판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민간위원 줄사퇴... 병영혁신 목표 퇴색
여야가 합의한 만큼 본회의 가결은 거의 확실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국방부 병영혁신기구인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제시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방안이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탓이다. 군 사법제도 개혁을 담당하는 4분과는 18일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의결했고 25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합동위가 권고안을 만들기도 전에 개정안이 처리 수순에 돌입한 격이어서 내부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민간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민관군이 힘을 합쳐 군 인권보호와 개혁의 중지를 모으겠다는 합동위 설립 취지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김주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등 합동위원 6명은 “국방부가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며 위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며 직을 내려놨다. 앞서 비슷한 이유로 사퇴한 6명을 포함하면 12명이나 출범 두 달 만에 위원회를 떠난 것이다. 합동위 안건 의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을 노출한 터라 앞으로 권고안이 나와도 실효성과 정당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합동위는 성추행 피해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부사관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올 6월 출범했다. 장병 인권보호와 성폭력 예방 등 4개 분과에서 80여 명이 내달 대국민보고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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