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23일 자정 사임... 끝까지 혐의 부인
"정치 압력·언론 광란이 섣부른 판단 낳아"
내년까지 남은 임기는 호컬 부지사가 승계
“(나의 성추행 의혹 관련) 검찰 보고서는 ‘정치적 폭죽’으로 고안됐고, 효과가 있었다.”
전·현직 보좌관 등 여성 11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州)지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반성과 참회는커녕, 이 같은 말과 함께 혐의를 부인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정치적 희생양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사임은 언론과 사법당국이 저지른 ‘음모’의 결과라고 주장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쿠오모는 이날 오후 11시 59분 주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성추행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8개월, 지난 10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지 2주 만이다.
쿠오모는 마지막까지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했다. 이날 공개된 15분 분량의 사전 녹화 고별 연설은 변명과 회피 일색이었다. 그는 “(의혹이) 불공평하고 부당하기 때문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상황을 계속 질질 끄는 것은 행정 마비를 초래하므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선 그런 선택지를 고려할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잘못을 인정하진 않은 채, 마치 ‘주정부 업무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주지사직을 내려놓는 대승적 결단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되레 화살을 언론과 검찰에 돌리기도 했다. 쿠오모는 “과도한 정치적 압력과 언론의 광란이 혐의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낳았다”며 “주정부는 나의 혐의를 정치 이슈화했고, 뉴스 헤드라인은 팩트 없이 나를 비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3일 뉴욕주 검찰이 발표한 자신의 성추행 의혹 조사 보고서를 ‘폭발적 이슈에 관한 정치적 폭죽’이라고 규정하면서 “폭죽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당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내놓은 165쪽짜리 보고서엔 쿠오모가 20, 30대 여직원들에게 수년간 원하지 않는 키스를 강요하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질문을 하거나 주정부 내에서 고성과 협박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진술이 자세히 적혔다. 이를 자극적인 여론몰이로 평가절하한 셈이다.
그러면서 쿠오모는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것이지만, 한때 대권주자로도 거론됐던 엘리트 정치인의 군색한 변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미 CNN방송은 “마지막 연설에 나타난 메시지는 분명하다. 쿠오모는 미안해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로써 당초 2022년 말까지였던 쿠오모의 잔여 임기는 캐시 호컬 현 부지사가 채우게 됐다. 대행이긴 해도 여성 뉴욕주지사의 탄생은 사상 처음이다. 호컬은 내년 뉴욕주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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