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신용, 1년 새 170조 불어??
GDP에도 육박, 정부 목표 2배 추월?
금리 인상 앞두고 "부실 터질라" 우려
가계빚이 1년 새 170조 원 가까이 불어나며 또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빚은 지난해 말 사상 첫 1,7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1년도 안 돼 1,800조 원대 진입이란 기록을 다시 썼다.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가계 건전성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고삐 풀린 대출... 또 역대급 증가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말에 비해 168조6,000억 원(10.3%) 불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부채)과 신용카드 할부액(판매신용) 등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가팔랐다. 가계신용 대부분(94.4%)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포함)과 판매신용 모두 분기 기준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2분기 1,705조3,000억 원으로 1년 새 159조2,000억 원(10.3%) 불었다. 올해 3월 말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38조6,000억 원이나 늘었다. 카드 사용 등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도 가계빚 증가를 부채질했다. 2분기 판매신용(100조6,000억 원)은 1년 새 10.3%나 급증하며 100조 원을 넘어섰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분기에도 주택매매 대출 수요가 지속되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이어졌다"며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다,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판매신용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무색... GDP도 위협하는 가계빚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어느덧 10%대로 치솟는 등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목표로 한 증가율(5~6%)을 이미 상반기에 2배 가까이 넘어선 상태다.
불어나는 가계빚은 우리 경제 전체 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에도 육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1,765조 원)은 명목 GDP(약 1,900조 원)의 90.3%에 달한다. 이미 올해 초 국민이 짊어진 빚 규모가 벌어들이는 수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송재창 팀장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출금리는 이미 뛰고 있어, 앞으로 가계빚 상환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이르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으로 기준금리가 점차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이자는 약 1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 씀씀이가 줄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금융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준금리 인상 등 돈줄을 죄기 위한 통화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갚을 여력이 떨어지는 부실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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