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오브 뱅크시' 전시 20일 개막
뱅크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디즈니랜드와는 거리가 먼 공간을 구상했다. 우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디즈멀랜드(Dismaland)다. 디즈멀랜드는 디즈니랜드(Disneyland)와 ‘음울하다(Dismal)’의 합성어.
지난 2015년 영국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사라진 디즈멀랜드의 일부가 서울 성동구 더서울라이티움 제1전시장에 재현됐다.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 잘 알려진 뱅크시를 주제로 한 ‘아트 오브 뱅크시_위드아웃 리미츠’ 전시(내년 2월 6일까지)를 위해서다.
전시장 입구는 디즈멀랜드 운영 당시 사용된 게이트를 본 따 만들어졌다. 곳곳에 총이 걸린 보안검색대 모형을 통과하면, 디즈멀랜드에서 쓰였던 소품을 볼 수 있다. 미국 달러를 풍자한 디즈멀달러를 비롯해 유럽행 난민을 태운 보트를 연상시키는 ‘드림 보트(Dream Boat)’, 구명조끼에서 나온 실을 이용해 만들어져 난민 문제를 부각시킨 ‘웰컴 매트(Welcome Mat)’ 등이다.
이 밖에도 전시는 그래피티 금지 경고판이 붙은 뉴욕의 벽에 그려진 그림, 거리 시위 도중 꽃다발을 화염병처럼 던지는 남자의 그림 등 뱅크시의 거리 벽화를 모방해 제작된 작품 등을 걸어 뱅크시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원작 27점…흩어진 뱅크시 작품 한 곳에 모은 것 의미”
뱅크시의 세계관을 그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기획한 전시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앞서 해당 전시는 지난 2016년 1월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암스테르담, 멜버른, 베를린, 리야드 등 11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 투어를 기획한 인물은 뱅크시의 경매나 전시를 진행할 때 도왔던 에이전트 중 한 명”이라며 “뱅크시의 원작을 포함해 디즈멀랜드의 오리지널 소품, 재현 벽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 150여점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0여점 가운데 오리지널 작품은 ‘POW(Pictures On Walls·뱅크시 등이 속해 있던 예술가 연대)’ 인증 3점과 디즈멀랜드에서 전시됐던 소품 등 총 27점이다.
“저작권법 위배…작가 허락 없는 전시 문제”
하지만 해당 전시는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업 전시라는 점에서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주최 측이 ‘비공인 전시’임을 밝히긴 했으나, 미술계 내에서는 이런 전시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전시 기획자는 “작가가 생존한 상황에서 작가가 인정하지 않는 전시를 여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미술계 인사는 “(상업 예술을 거부해온) 뱅크시 정신을 따른다면서 2만원(성인 기준)을 받는 상업적 전시를 하는 건 모순”이라며 “뱅크시가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서 작품을 제작해왔다고 해서, 그의 허락을 받지 않은 전시가 합리화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뱅크시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전시를 ‘페이크(fake)’라고 언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홈페이지에는 “이들 전시는 전적으로 예술가의 지식 또는 개입 없이 기획됐다. 그런 점을 감안해 취급해달라”라고 적혀 있다. ‘아트 오브 뱅크시_위드아웃 리미츠’는 이 중 하나다. 예술법 전문가인 캐슬린김 미국 변호사는 “불법적인 장소에다가 작품을 한 것이라고 해서 저작권이 없을 순 없다”며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권리가 없는 사람이 기획한 리프로덕션(reproduction·재제작) 전시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LMPE컴퍼니 박봉수 본부장은 "뱅크시를 대변하고 있는 페스트컨트롤도 일부 작품에 대해 진품 여부를 확인해주는 곳이지 전시를 인증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뱅크시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뱅크시에게 전시 허락을 얻을 길이 사실상 없다"며 "뱅크시가 세계 각지에 남긴 메시지를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를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상업적 목적만 가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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