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반도체 대란 속에서도 '나홀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4,142만4,000대로 지난해 하반기(4,399만4,000대)보다 약 6% 감소했다.
올해 자동차 판매 부진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서 비롯됐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 인피니언 등의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3월엔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공장이 화재로 생산을 중단한 데 더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경우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재고 확보에 실패한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 지연까지 겹치면서 생산,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친환경차 시장은 호황이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하반기보다 23% 증가한 494만8,000대가 판매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2배 이상(125%) 성장했다. 가장 큰 성장성을 보인 차종은 전기차였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보다 171% 증가한 178만1,000대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장점을 갖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160% 성장, 82만2,0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와 같은 친환경차 성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차 확대를 위한 지원을 대폭 늘렸고,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신차를 대거 출시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커졌고, 완성차 업체들은 한정된 반도체 물량을 친환경차 생산에 우선 투입했다. 친환경차는 각종 혜택이 더해지니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내연기관차보다 생산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실적도 친환경차 비중에 따라 달랐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높은 도요타는 올 상반기 502만1,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5% 성장한 규모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집중한 현대차그룹도 338만2,000대를 판매, 지난해 하반기 대비 0.1% 성장했다. 여전히 내연기관 판매 비중이 높은 폭스바겐(-13%), 르노닛산(-7%), 스텔란티스(-2%), GM(-24%) 등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올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면서 대기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겠으나 반도체 공급 충격으로 차량 인도 기간이 길어져 판매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중장기 판매량 증대를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에 방점을 둔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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