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제품에 5~20% 수출관세 부과?
자국 공급부족 해소 및 탄소중립 달성 목적?
저가 중국산 제품 줄 듯...국내 업체들 가격경쟁력 확보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자국 철강제품에 수출 관세를 부과한다. 자국내 철강 수급 부족 해결을 위한 수출 통제 차원이다. 이에 따라 덤핑에 가까운 제품 가격으로 글로벌 철강 공급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중국 기업들에게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아울러 국내 철강업계엔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열연(10%)과 철근(20%), 특수강(5%) 등 자국 철강제품에 5~2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해당 조치의 발효를 위한 마지막 절차로 중국 국무원의 서명만 남겨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월 냉연강판과 합금강 열연 등 146개 철강재에 적용됐던 13%의 수출 증치세 환급률도 폐지했다. 증치세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개념인데, 수출할 때 중국 정부에서 13%의 관세를 환급받기에 중국 철강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보조금 역할을 해왔다.
중국 정부가 철강 물량의 수출 통제에 나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제조·건설 분야가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철강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철강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국 제조업계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206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하자, 중국 정부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올해 자국 철강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보다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업계에선 덤핑에 가까운 제품 가격으로 시장을 교란해온 중국 철강업계에 대한 불만이 컸다. 미국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 캐나다는 수입 철강에 대한 쿼터제 적용 등을 통해 중국의 저가 철강 물량을 막아왔지만, 우리나라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가를 조정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열연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특수강은 세아제철, 철근은 동국제강 등이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중인데 중국의 수출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철광석 등 원자재값이 올라도 제품 단가를 올리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도 가격 전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분위기도 국내 철강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철강 수출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 국면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의 철강 수급 부족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의 글로벌 철강기업들은 과거 수년간 낮은 수준이었던 철강재 가격과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공장 폐쇄·가동중단 사태를 겪은 이후 생산능력 확대에 미온적이다. 여기에 러시아도 자국 내 철강가격 안정화를 위해 철강 및 비철금속에 대해 일시적으로 수출관세를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과 일본, 인도,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철강 생산을 많이 하는 국가”라며 “합리적 가격을 찾는 글로벌 구매자들이 한국을 대안으로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