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노조도 파업 찬반 투표 곧 공지
해상·육상노조 동반 파업 가능성 점차 커져
HMM(옛 현대상선)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선박을 구하기 어려운 수출기업들은 물류대란을 우려하며 HMM 노동조합의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MM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은 22일 낮 12시 조합원 45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23일 낮 12시까지 진행된다.
HMM 노사는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로 인해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고 해상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했다. 해상노조는 파업 투표가 가결될 경우 선원법상 제한된 파업 대신 스위스 선사 MSC로 이직하기 위한 단체 사직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사측과 5시간가량 중노위 마지막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의견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노사 모두 조정안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육상노조는 아직 조합원들에게 찬반 투표 일정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파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사측의 최종 제시안을 놓고 지난 18일 진행한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95%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HMM의 두 노조는 최근 실적 개선을 근거로 장기간 정체된 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간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해상직원 임금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6년간 동결됐다. 이에 두 노조는 임금인상률 25%,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당초 기본급 5.5% 인상, 성과급 100% 지급을 제시했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에 급여 8% 인상·성과급 500% 지급으로 최종안을 내놓았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월급 한두 푼을 더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선원 유입 활성화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라며 “사측이 조금 더 성의를 보였다면 대화가 진전됐을 텐데 찔끔 올린 임금인상률에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도 “조만간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 공지한 뒤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HMM 해상노조와 육상노조가 동반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두 노조는 찬반투표 이후 상황에 대해 ‘공동투쟁위원회(가칭)’를 만들어 함께 대응키로 방침을 세웠다. 선원법상 운항 중이거나 외국 항만에 정박한 선박에서는 쟁의활동이 제한돼 해상노조는 이를 피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육상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화물 선적과 하역이 어려워진다.
수출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0일 기준 4,340.18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HMM마저 운항을 멈추면 물류대란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유일 원양컨테이너 운송업체인 HMM이 파업에 들어가면 수출길이 사실상 묶이게 된다”며 “3분기는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많은 시기인데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이 대한민국 수출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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