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식당 2호점 1년 5개월 만에 문 닫아
"회복되면 급여 인상 약속 못 지켜 미안"
"직원들이 임금까지 반납해 버텼는데, 정말 죄송할 뿐입니다."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서 한우전문점 2곳을 운영하는 임태선(48)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가 운영하는 영천식당 1·2호점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폐업만은 막자'며 사장은 폐업 대신 낮장사를, 직원은 임금 40%를 자진 반납해 화제(본보 2020년 3월 11일자 12면)가 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천식당 2호점이 결국 10일 문을 닫았다. 임씨는 "최근 4개월 동안 2호점은 낮장사로 버텼는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 재연장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며 "폐업은 남 일인 줄 알았는데, 1호점까지 폐업할 수 없어 버티고 있지만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임씨는 지난해 3월 영천식당 2호점을 폐업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업 이후 5년 동안 동고동락한 직원 6명이 눈에 밟혀, 폐업 대신 낮장사를 택했다. 당시 2호점 직원들은 "사장도 어려우니 우리도 급여 40%를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1호점 직원들도 "우리도 급여 30%를 반납하겠다"고 동참했다. 코로나19 '상생식당'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이들의 노력도 1년 5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임씨는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높아 (정부지원금 대상이) 안 된다 하고, 올해는 지난해 받은 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이 안 돼 어려움이 컸다"며 "한 달 인건비만 2,000만 원, 월 임대료 350만 원(부가세 별도), 식재료비와 관리비 등 한 달에 나가는 지출만 수천만 원이라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전했다.
폐업도 녹녹지 않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그는 "주변에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 철거업체도 예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폐가전제품을 매각하면 200만~300만 원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철거비용으로 50만 원을 내라고 해 황당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임씨는 식당에서 쓰던 가전제품을 주변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임씨는 2호점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급여도 다시 올려 줄 테니 끝까지 함께 가자'고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면서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임씨는 그러면서 "지원금을 안 줘도 좋으니 방역수칙 준수하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그것만이 소상공인을 돕고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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