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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6만여 명 어디로... "美, 한국 등 미군기지 수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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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6만여 명 어디로... "美, 한국 등 미군기지 수용 검토"

입력
2021.08.22 21:00
수정
2021.08.22 2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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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 이외 타국 미군기지 수용도 검토"
한국 정부 "확인 불가" 입장만... 벌써 찬반 논쟁
난민 수용된 카타르·바레인 등 미군기지 과밀 탓
美국방부 "민항기 18대도 아프간 구출작전 동원"
하루 대피 인력 2,500명뿐...6만5,000명 대기 중
"이달 말까지 6만 명 대피는 사실상 불가능" 지적

21일 미국 워싱턴 외곽 덜레스 국제공항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들이 도착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1일 미국 워싱턴 외곽 덜레스 국제공항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들이 도착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인은 물론 아프간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아프간 난민 수용지로 한국 등 해외의 미군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 정부는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아프간 난민 국내 수용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벌써부터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아프간 난민 수가 급증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 코소보, 이탈리아 등에 있는 미군 주둔 해외기지에 그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州),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 등의 자국 내 군 기지에 난민을 체류토록 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는데, 한발 더 나아가 타국의 미군 기지로 범위를 넓히는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은 이날 자국 내 군사기지 2곳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 수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현재 아프간에서 대피한 이들을 수용 중인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 등의 미군 기지들은 이미 과밀 상태다. 예컨대 카타르 내 미 공군기지는 20일 아프간 난민 수천 명이 밀려들어 6시간 동안 업무가 마비된 적도 있다. 인접국 및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난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는 아프간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에 40㎞의 장벽을 설치했다. 주한미군 기지 등의 난민 수용시설 활용 방안 검토가 이뤄진 배경이다.

한국 외교당국은 WSJ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도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 등을 지원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주한미군사는 “만약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국방부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아프간 난민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될지 불확실하나, 일반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WSJ 보도 내용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나 정의당 등 야권 일각에선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대피하던 임신부가 21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한 직후 수송기 화물칸에서 출산한 뒤, 의료 시설로 후송되고 있다. 미 공군 트위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대피하던 임신부가 21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한 직후 수송기 화물칸에서 출산한 뒤, 의료 시설로 후송되고 있다. 미 공군 트위터·연합뉴스

이와 함께 미국은 아프간 피란민 대피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 항공기들도 동원하기로 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하와이안항공 등의 비행기 18대로 민간 예비항공대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WSJ도 전날 “백악관이 민간예비항공운항(CRAF)을 적용, 최대 5개 항공사에 약 20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아프간에 투입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1952년 마련된 CRAF는 항공사들이 필요 시 군 병력 이동과 물자 동원에 참여키로 합의한 미 국방부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들 민항기는 아프간 카불 상공엔 진입하지 않고, 유럽과 중동 등에 위치한 미군기지로 이송된 피란민을 수송한다고 커비 대변인은 덧붙였다.

현재 카불공항은 아프간을 떠나려는 수만 명 인파로 통제불가능 상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가 “지난 7일간 카불공항 안팎에서 숨진 사람들은 20명 이상“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미국인 2,5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을 카불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으나,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그 가족 등을 포함하면 6만5,000여 명이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수송기를 보내 하루 5,000~9,000명씩 이동시킨다면 이달 말까지 모두 탈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 국외 대피를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 국외 대피를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또 다른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미국인 위협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주아프간 미국대사관은 이날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국의 아프간 난민 심사가 까다로워 대피 작전이 원활히 수행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카불공항에서 미군의 출입국 보안 조치가 매우 엄격해 아프간인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이달 말 6만 명 아프간인의 대피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현재 아프간을 탈출해 피란길에 오른 난민은 200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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