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소재 갤러리 이알디서
슈퍼픽션의 '논-픽션' 전시 중
“아 유 오케이(Are you okay·괜찮니)?’’
양복을 입고 왼손에 와인잔을 든 남성이 오물통에 빠져 있다. 전혀 안 괜찮아 보이지만, 남자의 표정은 그런 것 같지 않다. 괜찮다고 하는 그는 정말 괜찮은 걸까.
서울 용산구 소재 갤러리 이알디에서 열리고 있는 슈퍼픽션의 ‘논-픽션’은 현대인의 삶을 잘 보여주는 전시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송온민, 브랜드 디자이너 이창은, 아트 디렉터 김형일로 구성된 그룹 슈퍼픽션은 이번 전시에서 스캇, 프레디, 닉, 잭슨, 태오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실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FRP(폴리에스터 수지에 섬유 등의 강화재로 혼합한 플라스틱)로 만들어진 조형물 ‘헤드에이크(Headache·두통)’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머리 위에 두통약으로 보이는 알약 3개가 올려져 있다. 스트레스로 두통을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진통제를 먹고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다.
한 남성이 커다란 곰을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카펫 형태의 작품도 한동안 발길을 멈추게 한다. 꽤나 무거워 보이는 곰이지만, 남자의 표정은 버거워 보이는 듯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작품의 제목은 ‘견딜 만한 무게’. 현대인에게 무거워도 내려놓지 못하는 어떤 존재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옥상에 오른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인상적이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두 주먹을 꼭 쥔 채 허공을 바라보는 잭슨, 일상에 지친 탓인지 담배를 손에 들고 멍한 상태로 있는 닉,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는 태오의 모습은, 답답함을 해소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옥상이 하나의 탈출구가 되고 있음을 넌지시 보여준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익살스럽게 담아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출근’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열린 지하철 문 사이로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하나같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아파트’라는 제목의 작품은 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하나의 건물에 모여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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