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회장과 두 아들 모두 임원 재직 중
남양 측 "매각?마무리 후 임원 현황 일괄 변동"
‘불가리스 사태'로 지난 5월 초 사퇴 선언을 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아직도 사실상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도 임원으로 복직하거나 승진한 상태다. 눈물의 기자회견 후 경영 쇄신을 위해 남양유업 매각을 결정한 홍 전 회장 일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9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 4월 보직해임된 홍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한 달여 뒤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홍 상무는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았다.
복귀 시점부터 공교롭다. 5월 26일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하루 전이다. 장남이 복직한 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홍 본부장은 남양유업이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시작한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을 이끌어 왔다.
남양유업은 홍 상무 복직에 대해 “징계 이후 정식 내부 절차에 따라 복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남의 승진에 대해선 “코로나19로 외식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책임감을 부여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홍 전 회장은 지금도 회장실로 출근 중이다. 매각 관련 사안을 직접 챙긴다는 게 이유다. 남양유업은 "사퇴 발표 후 회사 업무는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 원을 받았다.
지난 17일 공시된 남앙유업 반기보고서에도 홍 전 회장과 두 아들이 모두 이사로 등재돼 있다. 홍 전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너 일가는 여전히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이 마무리되면 임원 현황 등의 내용이 일괄 변동될 것"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당일 연기해 논란이 일자 “한앤컴퍼니와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이고 계약 종결을 위한 조건에 합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계약 종결을 위한 조건에 고용 승계가 포함된 건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남양유업 신규 이사 선임 및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총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한앤컴퍼니 전문경영인들의 신규 이사 선임을 앞두고 고심하다 계약 종결 조건에 자신들의 고용 승계에 관련된 사항을 넣었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한편 홍 전 회장은 이날 로펌 LKB앤 파트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한앤컴퍼니와의 가격 재협상이나 소송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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