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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주고 싶다”...백정현, 만년 유망주에서 '백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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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주고 싶다”...백정현, 만년 유망주에서 '백쇼'로 진화

입력
2021.08.2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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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입단 15년 만에,
칼날 제구로 첫 10승 달성?
평균자책점 1위, 다승2위?
변화 심한 137km 투심패스트볼 장착

삼성 백정현이 18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백정현이 18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삼성 제공

“투수에게 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다.”

입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삼성 백정현(34)의 별명은 ‘백쇼(백정현+ 커쇼)’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처럼 특급 왼손투수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붙여준 것이다.

백정현은 2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10승을 달성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팀 연패를 끊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백정현은 지난 18일 한화전에서 2007년 삼성 입단 이후 첫 10승 고지를 밟으며 어느덧 다승 2위까지 올랐다. 그는 “기록은 마운드에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붙는 것이어서 평소 의식하지 않는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백정현에겐 한 동안 만년 유망주라는 고리표가 따라다녔다. 스프링캠프만 되면 위력적인 투구를 해 ‘오키나와 커쇼’로 불리기도 했지만, 시즌만 들어가면 제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승부욕이 없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백정현은 “신인 때에는 야구도 즐겁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면서 스포츠에선 승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백정현은 2017년과 2019년 각각 8승을 올려 가능성을 보이면서 지난해엔 개막전 선발 중책까지 맡았지만, 시즌 중반 종아리 부상으로 4승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은 중반을 넘어서며 백정현에게 변화가 생겼다. 4월, 5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4점대 평균자책점에서 6월(0.88)부터 0점대로 ‘짠물 투구’를 하고 있다. 최근 2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2.17로 떨어지며, 키움 에릭 요키시(2.45)를 제치고 리그 단독 1위까지 꿰찼다.

삼성 백정현이 1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백정현이 1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삼성 제공

백정현은 갑자기 변화한 원인을 직구에서 찾고 있다. 구속은 리그 평균(142㎞)에도 미치지 않는 137㎞로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평범한 포심패스트볼이 아닌 볼 끝에 움직임이 많은 투심패스트볼 구사를 늘린 것이다. 올 시즌 첫 경기인 4월 6일 두산전에서 박건우(두산)에게 포심을 던지다가 홈런을 맞은 게 계기가 됐다. 백정현은 “포심보다 투심은 볼 끝에서 변화가 있어 타자 배트에 정확히 맞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구가 정교하지 못해 잘 사용하지 않았다”며 “두산전 이후 투심 사용 빈도를 높이기 위해 운동방법에 변화를 주며 투심 제구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투심 제구가 잡히면서 볼넷 허용 개수가 올해 6월까지 9이닝당 4.44개나 됐지만, 7월 이후 최근 4경기에선 26.2이닝 동안 볼넷은 단 5개뿐이다.

백정현은 2011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구위로 상대를 찍어 누리기보다는 류현진(토론토)처럼 다양한 구질을 배합해 유인하는 투구패턴으로 바뀌었다. 그는 “경기 중 가끔 제구가 안 될 때가 있었다”며 “연습 때 투구 개수보다는 원하는 위치에 공이 들어갈 때까지 던지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몸은 힘들지만 제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백정현은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현재 리그에서 토종 선발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어 대형 계약도 가능하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정작 백정현은 큰 욕심이 없다. 그는 “빠른 볼을 던지려면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볼이 느린 투수도 제구력만 뒷받침된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뿐이다”라고 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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