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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 살해사건'… 사건 일단락에도 범행동기 등 미스터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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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 살해사건'… 사건 일단락에도 범행동기 등 미스터리 여전

입력
2021.08.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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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언니 징역 20년, 친모 징역 8년
범행동기·바꿔치기 방법 등 못 밝혀
언니가 낳은 아이 행방도 묘연 '의문'

1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친모 A씨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친모 A씨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 뉴스1

올해 초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17일 친모인 석모(48)씨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되면서 일단락됐다. 6월엔 아이를 무단방치해 숨지게 한 친언니 김모(22)씨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숨진 아이의 언니에 이어 엄마에게도 중형이 선고된 이면에는 바꿔치기한 여아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석씨가 왜 복잡한 방법으로 아이를 바꿔치기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각물_구미 3세여아 사망사건 일지

시각물_구미 3세여아 사망사건 일지


엄마로 알았는데 친언니… 외할머니가 친엄마

이번 사건은 2월 10일 외부에 알려졌다. 이날은 숨진 여아를 전날 발견한 석씨가 경찰에 신고한 날이다. 숨진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김모(22)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철없는 어린 엄마의 무책임한 행동이 빚은 사건으로 여겨졌다.

며칠 후 엽기적 사실이 알려졌다. 숨진 여아의 신원확인 과정에서 김씨의 아이도 아니고, 김씨 전남편의 아이도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석씨와 그 주변 인물에 대한 경찰의 유전자 감식 결과 석씨가 친모로 밝혀진 점이다. 경찰과 검찰은 다각도의 수사 끝에 석씨가 친딸인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뒤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 “숨진 여아는 석씨 딸 맞다” 확인

재판부는 석씨 재판에서 △숨진 여아는 석씨의 친딸이며 △석씨가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해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했고 △숨진 여아를 발견해 몰래 매장하려 한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DNA검사라는 과학적 증거와 '키메리즘'이 친자 관계인데 아닌 것처럼 나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도 반대는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출산 전후 정황 증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DNA검사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신뢰성 높은 검사법이다. 검찰과 경찰의 5회에 걸친 검사 결과 석씨와 숨진 여아가 친생자 관계일 확률이 99.9999998%로 나왔다.

△석씨가 출산 추정 시점 직전에 뚜렷한 이유 없이 한 달간 직장을 그만둔 점 △큰딸 김씨의 임신 사실을 알기 몇 달 전부터 임신 출산 동영상을 검색하거나 시청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점 △여성용품 구매 이력 △보정속옷 구매이력 등 석씨의 임신과 출산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는 차고 넘쳤다.

특히 석씨가 무죄를 기대하며 의지했던 키메리즘은 부메랑이 됐다. 키메리즘은 돌연변이로 한 사람의 몸에 유전자가 다른 세포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괴물 키메라에서 따왔다. 친자가 분명한데 돌연변이 세포가 있어 아닌 것처럼 나올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단 100명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자관계가 아닌데 우연히 돌연변이로 친자인 것처럼 나올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어설픈 상식으로 키메리즘을 내세웠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다 ABO식 혈액형상 숨진 여아는 석씨에게는 나올 수 있지만, 큰딸인 김씨 부부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란 점도 친딸이라는 근거로 작용했다.

언제 어디서 바꿔치기했나

재판부는 김씨가 출산한 다음 날 밤 석씨가 김씨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석씨의 큰딸 김씨는 2018년 3월 30일 낮 12시 56분쯤 경북 구미시 산부인과의원에서 제왕절개로 몸무게 3.486㎏의 여아를 출산했다. 출산 직후 병원 측은 아이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사항을 기재한 1회용 식별띠를 왼쪽 손목과 오른쪽 발목에 채웠다. 그런데 4월 1일 오른쪽 발목의 식별띠는 겉싸개 안에서 발견됐고, 머리맡에 두고 찍은 사진도 나왔다. 새로 채우려 했으나 헐거워 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갑작스러운 몸무게 감소도 바꿔치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됐다. 해당 산부인과는 출생 직후, 그리고 퇴원할 때까지 매일 자정을 전후해 신생아 몸무게를 잰다. 출생 당시 3.486㎏이던 신생아는 31일 0시쯤엔 3.460㎏으로 0.026㎏ 감소하더니 4월 1일엔 3.235㎏으로 무려 0.225㎏이나 급감했다.

이후 4월 8일 퇴원할 때까지 하루 최대 변동치는 0.060㎏이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배변이나 분유 섭취량 등에 따라 매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특별한 질병도 없는데 신생아 체중이 하루 만에 0.225㎏이나 줄어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바꿔치기는 누가 했을까

검찰과 경찰, 그리고 재판부는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석씨는 여전히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정확한 경위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게다가 △출산 후 바꿔치기 전까지 자신의 아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보살폈는지 △언제부터 바꿔치기를 계획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바꿔치기를 준비했는지 △홀로 출산한 여아를 누구와 어떻게 산부인과로 데려갔는지 △바꿔치기한 큰딸 아이의 행방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바꿔치기한 아이의 생사가 최대 관건이다. 재판부가 8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석씨는 왜 바꿔치기했나

가장 궁금한 점은 석씨가 바꿔치기를 해야만 했던 동기다. 석씨 본인만 이유를 알겠지만,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임신과 출산을 숨겨야만 했고 △마침 큰딸의 출산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큰딸이 낳은 아이보다는 직접 낳은 아이를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랬을 수 있다. 실제로 큰딸 퇴원 후 석씨의 제안으로 큰딸은 석씨 집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범행 부인 이유는

법조계에선 석씨의 혐의 부인 전략이 ‘형량 줄이기’를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전술로 보고 있다. 김천 지역의 한 변호사는 “출산과 바꿔치기를 시인하면 아이 행방까지 추궁받게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온전히 잘 자라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질 수 있지만, 반대일 경우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바꿔치기한 아이를 어딘가에 버리거나 살해했다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석씨가 “나는 남편을 배신한 게 아니다”라며 자기최면을 거는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나 남편이 혐의를 인정할 경우 앞날이 더 비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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