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드 마수드 "탈레반에 맞서자" 성명서 기고
국내 누리꾼들 "인권 존중하는 정부 기대"
아버지 아흐마드 샤 마수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아버지와 아들은 다를 수 있어" 회의감도
아프가니스탄 판지시르에 기반을 둔 아흐마드 마수드(32) 마수드 파운데이션(Massoud Foundation) 회장이 생면부지의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 탈레반에 맞서 싸우자고 촉구한 그의 성명서가 국내 커뮤니티, 포털 카페 등지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다.
최근 마수드는 한 프랑스 언론에 기고한 성명서에서 아프간 국민과 무자헤딘(무장 게릴라 조직)에게 탈레반에 항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폭정이 아프간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복수가 순교한 우리 땅에 닥칠 것이다. 카불은 신음하고 있고 우리 조국은 벼랑 끝에 서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아버지 마수드 장군은 내게 아프간의 자유를 위해 싸우라는 유산을 남겼고 이제 그 유산은 돌이킬 수 없는 내 것이 됐다"며 "나는 동료와 피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탈레반에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카불은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간은 전투에서 패한 것이 아니라며 "판지시르에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동포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프간의 마지막 자유 지역인 판지시르에 합류해 우리와 함께 싸워달라"며 아프간 국민과 무자헤딘에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마수드 파운데이션은 아프가니스탄 내 교육 기회를 촉진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고 여성 인권, 문맹, 빈곤 및 보건 체계 등 아프가니스탄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대표 재단으로 알려져 있다.
마수드는 국제 사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20년 전 소련과 탈레반에 맞선 투쟁에서 우리를 도운 유럽과 미국, 아랍 세계는 다시 한번 우리를 도와달라"며 "현재 아프간은 1940년대 유럽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 판지시르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위기에 빠졌으며 패배자들은 탈레반에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고립돼 있지만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또 "판지시르에 모인 전사들과 노인, 젊은 무자헤딘이 무기를 다시 들었다"며 "정신적으로 또는 직접적인 지원으로 우리와 함께해달라"며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누리꾼들은 일제히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마수드의 성명서를 소개한 글에는 "승리와 희망이 함께하길 응원한다", "어떤 결과가 있든 명예롭기를 바란다", "새로운 영웅의 투쟁에 기적이 함께하길 바란다"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또 "선진국이 도와줬으면 좋겠다"(옥***), "유엔이 개입했으면 좋겠다"(느****) 등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편 다수의 누리꾼들은 마수드의 아버지인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탈레반이 마수드 장군을 암살하지만 않았어도 아프간이 엉망이 되진 않았을 것. (마수드 장군은) 미국을 믿지 않았고 전쟁 영웅이자 구심점이었다. 나라 발전을 위해 여성도 동등한 교육을 받게 했고 뿌리가 같은 타종교에도 유화적, 스스로 일어서는데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마수드의 아버지는 무장세력 지도자이면서 이슬람 원리주의자였지만 양민을 상대로 한 테러에 반대했다. 또 아이들과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며 마수드를 응원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다를 수 있어" 회의감도
마수드의 성명서가 화제를 모으면서 그의 아버지인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도 주목받았다.
마수드 장군은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고향 판지시르 계곡에서 무자헤딘을 이끌며 무장 투쟁을 지도한 인물이다. 마수드 장군은 외세의 개입을 경계하고 아동의 교육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도 선을 그어 아프간의 국민 영웅으로 추대받았다. 그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기 위해 애썼으며 테러는 절대적으로 반대했다.
친소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탈레반에 대항하기도 했다. 마수드 장군은 북부의 무자헤딘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북부동맹을 결성했다. 북부동맹은 탈레반의 가장 큰 적이자 반대세력으로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 뒤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마수드 장군은 2001년 9월 9일 기자로 위장한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마수드 부자의 근거지인 판지시르 역시 탈레반에 맞선 유일한 지역이다.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에 있는 판지시르주는 탈레반의 총공세에 수도 카불을 비롯해 칸다하르, 헤라트 등 주요 도시들이 함락당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전복된 후에도 유일하게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다.
여성 폭압 정치 등을 바꾸겠다며 온건한 자세를 취하는 탈레반에 대해 마수드는 이들이 온건 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11일 그는 대서양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와 결속하면서 과거보다 더 극단적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2001년 부친이 사망한 후 서방권의 지원을 받으며 외국을 떠돌았던 마수드는 이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영국육군사관학교에서 임관 과정을 1년간 수료했다. 이후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군사학 학사를, 런던 시티 대학교에서는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아프간으로 돌아온 2016년에는 아버지의 일생과 업적을 기념하는 비영리 기업인 마수드 파운데이션(재단)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3년 후 마수드는 정치계에 들어 입지를 다졌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반탈레반 입장을 고수하며 군사 토벌 캠페인에 앞장섰다. 2019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탈레반이 또다시 정권을 잡으면 아프간인들은 내전을 위해 무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마수드 세력이 아프간 국민에게 평화를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버지의 사상을 떠나 무자헤딘은 아프간 국민 편이 아니다. 탈레반과 싸우는 의도가 정의를 위한 것인지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고 탈레반을 몰아낸다고 해도 아프간 국민들에게 봄이 올지는 의문"(창***)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프간은 부족 단위의 지방군벌이 강해서 마수드도 영웅이라기보다 지방군벌에 가깝다. 탈레반도 예전과 달리 지방군벌의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어 내부에서 이합집산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탈레반과 싸운 세력이 지금은 탈레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경계도 흐리다"(부***)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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