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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통계로 "집값 안정" 진단, 안 맞는 처방전 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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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통계로 "집값 안정" 진단, 안 맞는 처방전 쓴 정부

입력
2021.08.17 2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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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 통계로 집값 상승 현실 부정했지만
조사 표본 늘리자 국민 체감 수준으로 급상승
"불필요한 정보는 시장 혼란만" 주간 조사 무용론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국민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국민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정책의 기초인 주택가격 통계가 그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국가 공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근거로 집값 폭등 현실을 안이하게 판단했지만 표본 수를 두 배 이상 늘리자 집값이 급상승했다. 그간 차이가 컸던 민간 KB 통계와의 격차도 줄었다. 시장에 대한 '진단'부터 잘못됐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불가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계의 배신...한 달 새 1억8,000만 원 뛴 서울 아파트값

17일 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 원으로, 6월의 9억2,813만 원보다 무려 1억8,000만 원 올랐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도 6월 6억771만 원에서 지난달에는 7억2,126만 원으로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11억 원, 수도권은 7억 원을 돌파한 것은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한달 사이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7월 조사부터 확대된 표본 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월간 조사 아파트 표본 수는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늘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표본이 확대된 영향으로 기존 통계보다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원 조사의 표본 수가 늘어나면서 평균 아파트값은 '월간 KB 주택시장동향' 통계치에 근접했다. 아파트 3만1,8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KB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5,751만 원, 수도권은 7억2,406만 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그래픽=송정근 기자


부동산원과 KB 통계는 집값이 폭등한 지난해부터 격차가 벌어졌다. KB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 8억6,997만 원에서 3월 9억1,201만 원, 10월 10억312만 원, 올해 4월 11억1,123만 원으로 빠르게 올랐다.

반면 부동산원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 8억7,713만 원으로 KB 통계보다 높았지만 이후 더디게 올라 올해 2월에서야 9억384만 원으로 처음 9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 6월까지 9억 원대에서 머물다 표본 수가 늘어나자 10억 원을 건너뛰고 지난달 바로 11억 원대가 됐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오대근 기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오대근 기자


'죽은 통계'로 시장 혼란 키운 정부

그간 정부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한 탓에 ‘통계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발단은 지난해 7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값은 14%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동산원의 여러 통계 수치가 있었지만 14%를 콕 찍어 내세웠다는 건 집값이 덜 올랐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 전 장관이 주장한 14%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부동산원의 월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53.4%,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41.8%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8·4 주택 공급대책 발표 후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고 자찬했다. 문재인 정부 4년(2017년 5월~2021년 1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79% 상승했다고 주장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공개 질의에 정부는 상승률이 17.17%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답변의 근거는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 상승률(17.6%)과 유사하다.

이에 정부가 활용하는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통계청도 지난해 말 부동산원 통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집값 통계는 정책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대책 발표 후 시장 영향을 점검할 때도 중요한 판단 자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도 “죽은 통계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는데 부동산원의 표본 수 확대로 이 같은 비판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표본 수를 늘린 부동산원의 통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사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 통계가 특히 비판받았던 지점은 어느 지역의 어느 단지, 몇 가구를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는 표본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준만 안내되면 민간 통계와 가격 차이가 나더라도 경제 주체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소장은 “투명하지 않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주간 아파트가격 통계가 매주 나오면서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섭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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