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사명에서 ‘삼성’을 떼게 된다. 삼성카드의 소유 지분 매각으로 삼성자동차는 1995년 출범 이후 26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자사가 보유한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19.9%를 모두 매각키로 했다.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 개요를 담은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다. 1998년 일본 닛산의 중형 세단 세피로(수출명 맥시마)를 기반으로 ‘SM5’를 출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삼성자동차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프랑스 르노가 2000년 인수했다. 인수는 인수는 신규 회사를 세워 르노와 삼성, 채권단이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르노삼성차의 최대 주주는 지분 80.04%를 보유한 ‘르노BV’다. 삼성카드는 19.9%의 지분을 가졌다.
르노삼성차는 삼성카드, 삼성전자, 삼성물산과 10년 단위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해에 매출의 0.8%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해왔다. 르노삼성차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효과를, 삼성 측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경쟁력을 잃으면서, 삼성 측에서 지난해 8월 상표 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 796억원의 적자로 르노삼성차가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를 삼성카드, 삼성전자, 삼성물산에 지불하지 못했다. 이에 삼성 측은 2년간의 상표권 사용 유예기간이 남았지만 지분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면 2022년 8월 이후 르노삼성차는 삼성을 뗀 ‘르노’로 브랜드명을 바꾸게 된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그간 르노삼성차가 자동차 산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 삼성전자(반도체), 하만(전장부품), 삼성SDI(배터리) 등 주력 계열사들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완성차(OEM) 업체와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 등 다른 경쟁업체들로부터 경계를 받아왔다. 이번 결별로 삼성 측은 자동차 사업 부문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차는 본격적인 수입차 업체로 탈바꿈을 준비한다. 수년 전부터 해외 생산 모델에 대해 르노의 마름모꼴 ‘로장주’ 엠블럼을 부착하고, 브랜드 주요 색상을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꾸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향후 유럽 모델 도입이 많아지는 만큼, ‘가성비 수입차’ 이미지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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