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존재 이유는 '이슬람 급진주의 확산'
'폭압 정치' 선 그었지만…"극단주의 태생적 한계"
결국 각종 테러·내전 불러 올 가능성 높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 주도로 벌어진 전쟁으로 수도 카불에서 쫓겨난 지 20년 만이다. 남서부 님로즈의 주도(州都) 자란즈를 점령하며 본격 행동을 개시한 뒤 불과 9일 만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도까지 되찾았다. 아프간 정세에 대한 궁금증을 중동 전문가들의 답변을 종합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도움을 준 전문가는 엄익란 단국대 교수,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소 중동연구센터장, 정상률 명지대 교수.(가나다순)
탈레반에 투항했지만, 미국 지원 북부동맹 전력 만만치 않아
-탈레반은 누구인가.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에 의해 창설됐다.1989년 소련의 아프간 철수 이후 군벌 간 내전이 격화되자 오마르는 이슬람 전통 교육기관(마드라사) 출신 학생들을 주축으로 설립돼, 명칭(탈레반)도 파슈토어 '학생'에서 따왔다. 1996년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슬람 이상 국가 건설'이 목표다.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데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전광석화로 아프간 전역 장악한 탈레반, 지지자가 많나.
"그렇지는 않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사실상 무혈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히려 아프간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이 자리한다. 부패한 정부에서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데다가 비전도 없는 정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 경찰과 군인은 없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고위 인사들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 누구보다 빠르게 국외로 도피한 현실이 그들의 부족한 통치 능력과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아프간 정부의 무능·부패를 미국은 몰랐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의 아프간 주둔군 철수는 사실 시간의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했고 더는 막대한 예산과 병력을 투입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이미 내렸다. 20년 동안 2조2,600억 달러(2,600조 원)를 쏟아부었고 2,400명이 넘는 자국군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만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함께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몇 개월은 버틸 것이라고 기대했던 게 오판이 됐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일종의 '티핑포인트(급변점)'가 지나면서 폭발적인 속도로 정부가 무너져 내렸다."
-탈레반에 대한 아프간 내 저항은 이제 끝인가.
"당장은 빠르게 투항한 세력들이 조만간 저항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미국이 아프간에 왔을 때 군사적 지원을 하고 아프간 정부의 요직들도 차지했던 북부동맹이 전투에 나설 수 있다. 이들도 전력이 만만치 않아서 결국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변화' 얘기하는 탈레반이지만, "조직의 생명력이 '극단주의'"
-20년 전과 다르다고 변화 예고한 탈레반, 정말일까.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장기 집권하려면 변해야 한다는 걸 탈레반도 잘 안다. 하지만 탈레반의 존재 이유가 '이슬람 급진주의 확산'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다. 지도부가 전보다 유화적 태도를 취했을 때 지지자들이나 하위 단체 등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은 단일화된 조직이 아니라 지방에서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학업·일자리 허용 발언은 지킬까.
"앞의 설명과 마찬가지다. 7세기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탈레반의 기본 생각이 얼마나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고 아프간 여성들도 각성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여성정책의 회귀는 어렵다는 걸 탈레반도 깨달은 상황이다."
-탈레반이 재집권 후 극단주의 테러 우려는.
"아프간이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의 잔당이 세력을 키우는 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 탈레반 세력과 테러 조직이 뒤섞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외에도 직접적 위협을 느끼는 국가로는 중국이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확대가 신장위구르 지역의 분리주의 테러와 결탁할 가능성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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