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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라이선스 LP의 역사,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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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라이선스 LP의 역사,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죠"

입력
2021.08.1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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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라이선스 LP 가이드북 '라이선스LP 연대기' 펴낸 윤준호 윤상철 김주희씨

국내 라이선스 LP의 역사를 다룬 '라이선스LP 연대기'를 펴낸 윤준호(왼쪽부터), 윤상철, 김주희씨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국내 라이선스 LP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남기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들고 있는 플래터스의 '더 그레이트 프리텐더(The Great Pretenderㆍ성음ㆍ1971)'는 국내 최초 라이선스 음반 가운데 하나이고 윤준호씨가 손에 든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의 영화음악 '모모(Momoㆍ시완레코드ㆍ1994)'는 1994년 발매된 사실상 마지막 라이선스 LP다. 한지은 인턴기자

국내 라이선스 LP의 역사를 다룬 '라이선스LP 연대기'를 펴낸 윤준호(왼쪽부터), 윤상철, 김주희씨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국내 라이선스 LP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남기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들고 있는 플래터스의 '더 그레이트 프리텐더(The Great Pretenderㆍ성음ㆍ1971)'는 국내 최초 라이선스 음반 가운데 하나이고 윤준호씨가 손에 든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의 영화음악 '모모(Momoㆍ시완레코드ㆍ1994)'는 1994년 발매된 사실상 마지막 라이선스 LP다. 한지은 인턴기자

“저희 셋 중 라이선스 LP(바이닐 레코드)에 가장 오랫동안 미쳐 있던 사람이 저일 겁니다. LP 시대가 끝난 뒤인 2000년쯤 그동안 국내에선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오리지널 팝 LP들이 쏟아져나와서 막 사들였죠. 그러면서 비교해 보니 라이선스 LP만 가진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버전별로 모으기 시작했죠. 그러다 김주희씨가 동참하게 되고 라이선스 LP로 책을 쓰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윤상철)

최근 출간된 ‘라이선스LP 연대기’(서해문집 발행)는 해외 팝 음악 LP가 국내에 합법적으로 출시된 지 51년 만에 처음 나온 라이선스 LP 가이드북이다. 출간 전부터 음반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은 이 책의 저자 윤준호·윤상철·김주희씨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 ‘덕후’들이다.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시절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해 40년 가까이 음반 수집을 이어가던 숨은 고수들이 오랜 구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고급 정보 중 농밀한 진액만 모아 책에 풀어놓았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세 저자는 “국내 팝 라이선스 LP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으니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한 포털사이트 음악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의기투합해 친분을 이어오던 중 7년 전쯤 처음 기록으로 남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윤준호씨는 “우연히 전 세계 비틀스 공식 음반에 관한 가이드북에 우리나라 라이선스 LP 정보가 비교적 정확히 수록돼 있는 걸 보고 충격 받은 적이 있다”며 “정작 국내에는 자국 음반에 대한 아카이브가 없어 아쉽던 차에 셋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LP는 성음, 오아시스, 지구 등 국내 음반사들이 해외 음반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발매한 음반을 말한다. 1980년대 후반 워너, EMI, 소니 등 해외 음반사들이 국내 지사를 차려 LP를 직접 발매하기도 했는데 아날로그 레코드 제작은 CD가 음반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던 1995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라이선스LP 연대기’는 25년간 발매된 수많은 음반 중 고르고 또 골라 록 장르 위주의 305개 음반을 수록했다. “지면의 제한도 있고 모을 수 있는 자료의 한계도 있어서 비틀스, 레드 제플린, 퀸, 핑크 플로이드 등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들 중심으로 넣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거기에 대중적이진 않아도 희소성 있는 음반들, 정치적 이유로 인해 왜곡되고 변형된 음반을 넣자는 데 세 사람의 의견이 모였죠.”(김주희)

오랜 음반 수집 기간 세 사람이 모은 LP는 공히 각 1만 장 안팎이다. 좋아하는 앨범은 서로 다른 버전으로 모으는 성향도 서로 닮았다. 윤준호씨는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작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을 40여 가지 버전으로 소장하고 있다. 덕분에 책에는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상세한 정보가 실렸다. 일례로 비틀스의 ‘애비 로드(Abbey Road)’ 최초 라이선스 음반은 하드 커버에 엠보싱 재질이며 해외 스탬퍼(음반의 대량 생산을 위해 제작된 니켈 금형)를 사용해 오리지널 음반에 버금가는 음질을 들려주지만, 두 번째로 제작된 음반에선 엠보싱 재질이 사라지고, 네 번째 발매 버전은 일반 커버로, 이후 버전은 다른 스탬퍼로 제작돼 음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비틀스의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앨범 커버. 왼쪽이 오리지널 커버이고 오른쪽이 국내에서 오아시스레코드가 라이선스로 발매한 버전이다. 비틀스의 네 멤버와 80여 명의 유명 인사 사진을 콜라주 형식으로 만든 팝아트 작품인데 국내에선 초판 발매 후 마르크스가 있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당해 재판부턴 비틀스의 이미지만 분리해 별도로 제작됐다. 수록곡 중 두 곡이 금지곡으로 잘려 나가기도 했다. 이 음반은 국내 발매 당시 마니아들의 비난을 샀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이색 버전으로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면서 이후 국내에서도 희귀 앨범이 됐다.

비틀스의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앨범 커버. 왼쪽이 오리지널 커버이고 오른쪽이 국내에서 오아시스레코드가 라이선스로 발매한 버전이다. 비틀스의 네 멤버와 80여 명의 유명 인사 사진을 콜라주 형식으로 만든 팝아트 작품인데 국내에선 초판 발매 후 마르크스가 있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당해 재판부턴 비틀스의 이미지만 분리해 별도로 제작됐다. 수록곡 중 두 곡이 금지곡으로 잘려 나가기도 했다. 이 음반은 국내 발매 당시 마니아들의 비난을 샀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이색 버전으로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면서 이후 국내에서도 희귀 앨범이 됐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라이선스 LP 역사를 증언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1970, 1980년대에 주요 음반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어렵게 알아낸 주소로 찾아가면 엉뚱한 회사가 있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던 적도 있었다. 윤상철씨는 “당시 제작자들을 꼭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성사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세 저자는 국내 팝 라이선스 LP가 오랫동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리지널 LP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커버나 수록곡이 바뀌는 등 불완전한 상태로 나오는 일도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선스 음반들은 국내 대중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누더기 상태로 발매된 비틀스의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같은 음반은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수집가들의 표적이 돼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저자들은 기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기록이 있기에 역사가 존재하는 것일 텐데 음반과 관련한 기록에 있어선 영미권이나 일본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을 낮게 보는 측면이 있어서겠죠. 이 책은 라이선스 LP 가이드북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팝 음악의 수난사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트록, 재즈, 블루스, 영화음악, 클래식 라이선스까지 다뤄보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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