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란치아(Lancia)’는 꽤나 매력적인 브랜드로 느끼게 된다.
특히 21세기가 아닌, 20세기 말의 란치아가 선보였던 ‘기행에 가까운 브랜드 활동’은 말 그대로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할 뿐 아니라 나아가 ‘경외심’ 같은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탈리아 내수 브랜드, 그것도 폐지의 위기에 놓여 있는 브랜드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설레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란치아 브랜드를 대표했던, 그리고 브랜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던 존재, 델타를 살펴보자.
과연 ‘란치아 델타’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1979-1994 / 설렘으로 기억되는 란치아의 아이콘…1세대 델타
란치아 브랜드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준중형 모델, 란치아 델타의 시작은 1979년에 시작된다. 란치아는 당대 판매하고 있던 란치아 베타의 아래에서 포트폴리오를 떠받칠 모델로 델타를 구상했고 그 결과 고급스러운 전륜구동 기반의 컴팩트 모델인 델타가 1979년 자동차 시장에 데뷔하게 되었다.
197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델타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특유의 직선적인 디자인을 통해 컴팩트 모델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란치아 델타는 4m가 되지 않은 짧은 전장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했던 ‘컴팩트카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74마력을 내는 1.3L 엔진과 4단 수동 변속기를 시작해 다채로운 엔진 라인업을 제시했다. 실제 1.1L 크기부터 다채로운 엔진들이 마련되었고 1.1~1.6L 등 세세한 배기량 구분을 통해 경쾌하면서도 효율적인 주행 질감을 제시했다. 덧붙여 디젤 엔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1.9L 디젤 사양을 선보였다.
란치아 델타가 돋보였던 건 사실 ‘기본 사양’의 등장이 아니었다. 바로 란치아 델타의 파생 모델이자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강화한 존재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1983년, 란치아는 고성능 터보 사양인 란치아 델타 HF를 선보인다. 가레트 터보를 얹은 1.6L 터보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를 조합한 델타 HF은 이후 란치아 델타의 ‘방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외에도 속칭 ‘광인들의 시대’라 불리는 WRC 그룹 B 출전을 위한 델타 S4 레이스카 및 일반 판매 사양 또한 당대 등장하게 되었다.
델타 S4는 경량화에 대한 모든 노하우, 그리고 1.8L 엔진을 극대화하기 위한 터보차저 및 슈퍼차저 함께 더한 복합 구조를 통해 폭발적인 성능, 그리고 900kg이 되지 않은 무게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운동 성능을 과시했다. 란치아는 이를 바탕으로 역사에 남을 WRC 정복의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
대중적인 컴팩트카, 란치아 델타는 이때를 기점으로 ‘기행의 고성능 컴팩트’로 기록되었고 란치아 역시 일반 사양과 함께 고성능 모델들을 꾸준히 개선하며 고성능 시장 및 모터스포츠 시장에서도 그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란치아 델타 HF의 경우에는 꾸준한 발전을 통해 델타 HF 터보 i.e로 이어지고 4WD 모델도 추가되어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 델타 HF 인테그랄레로 이어졌다. 그리고 1989년, 델타 HF 인테그랄레는 16밸트 시스템을 얹은 ‘델타 HF 인테그랄레 16v’로 개수되어 더욱 우수한 성능을 과시했다.
덧붙여 초대 란치아 델타는 말 그대로 란치아의 선봉장과 같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실제 란치아는 모터스포츠, 특히 WRC 무대에서 말 그대로 전설의 행보를 걸었고 수많은 우승, 챔피언십의 획득을 통해 모터스포츠 역사에 한 장면을 장식하게 되었다. 특히 6년 연속 우승은 말 그대로 ‘전설의 행보’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란치아 델타는 당초 1992년 초대 생산 및 판매를 모두 중단하고 이듬해 2세대 델타로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테그랄레 계열들의 활약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에서의 인기로 인해 1994년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며 2세대 델타와 같은 시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1993-1999 / 델타의 명성을 이어가는 존재…2세대 델타
2세대 델타는 앞선 초대 델타의 모든 판매가 끝난 1994년이 아닌, 그보다 빠른 1993년 판매를 시작했다. 초대 델타가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활약해온 만큼 2세대 델타(Lancia δ)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품게 되었고 덕분에 ‘누오바 델타’라고 불리기도 했다.
매력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란치아의 상상력이 반영되었던 초대 델타에 비해 2세대 델타는 말 그대로 편하고 다루기 좋은 ‘란치아의 캠팩트 모델’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으며 그 결과 역시 컨셉에 집중한 모습이다.
컴팩트한 체격은 그대로 이어졌으나 디자인에 있어서는 직선의 이미지를 조금 더 덜어내며 곡선을 조화시켜 감각적인 매력을 더욱 높였다. 이러한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프론트 그릴 및 프론트 엔드의 디자인은 란치아 고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가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행에 가까운 행보는 하지 않았으나 란치아는 란치아였다.
초대 란치아 델타가 과도할 정도, 혹은 기행에 가까울 정도로 대대적인 개선을 거친 것에 비한다면 다소 소박하지만 충분히 다채로운 구성과 다양한 파워트레인 및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란치아는 각각 1.6L와 1.8L 그리고 2.0L 엔진으로 이어지는 가솔린 라인업, 그리고 1.9L 디젤 엔진 등을 마련하여 다양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으며 란치아 델타(Lancia δ) HPE 2.0 HF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모델 역시 마련되었다. 참고로 HF 사양의 경우에는 초기에 183마력, 후기에는 190마력을 제시했다.
2세대 란치아 델타의 판매가 이어지는 1997년에는 ‘참고 있던 기행’에 제한이 풀렸다.
란치아가 바로 2세대 란치아 델타의 인테그랄레라 할 수 있는 ‘란치아 델타 HF 에보 500 터보를 선보인 것이다. 4WD 시스템을 얹고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위해 새롭게 다듬어진 델타 HF 에보 500 터보는 단 500대 한정으로 판매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란치아는 1999년, 3세대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8-2014 / 브랜드의 침몰과 함께한 델타…3세대 델타
2008년, 제네바 모터쇼에 참가한 란치아가 당대 란치아의 디자인을 반영한 독특한 컴팩트 모델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 존재에 ‘3세대 란치아 델타’라고 정의하며 란치아 델타가 역사 속에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3세대 델타는 피아트 브라보에 쓰였던 C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란치아의 컴팩트 모델로 그 체격이나 구성, 기본적인 포지셔닝 등에 있어서는 초대 및 2세대 란치아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르며 란치아 브랜드의 부흥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3세대 델타는 4,520mm의 전장과 각각 1,797mm와 1,499mm의 전폭과 전고 등을 갖춰 특유의 컴팩트한 해치백이라고 하기엔 전고를 살짝 높이고 크로스오버처럼 다듬은 독특한 존재감을 제시했다.
특히 독특한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가 자아내는 프론트 엔드 디자인 및 독특한 리어 디자인으로 ‘호불호를 떠나’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2008년 판매 초기에는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 전역에 판매를 시작했으며 영국 및 아일랜드 등은 판매되지 않았으나 란치아를 품고 있던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에 인수된 후에는 2010년부터 크라이슬러 브랜드로 영국 및 아일랜드 등에 판매되었다.
3세대 란치아 델타는 피아트가 다양한 차량에 사용했던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비롯해 1.6L, 1.9L, 2.0L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멀티젯 디젤 엔진을 통해 경쾌한 드라이빙 및 실용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HF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모델은 따로 개발되지 않았다.
대신 컴팩트 프리미엄의 컨셉에 초점을 맞춘 만큼 화려하고 이채로운 디자인과 함께 실내 공간에는 다양한 기능과 편의 사양, 그리고 컴팩트 모델로는 우수한 가치를 제시하는 디테일 등이 더해져 공간 가치를 높였다.
3세대 델타는 마치 ‘델타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듯했지만 시장에서의 판매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란치아 브랜드는 물론 피아트, 그리고 FCA 그룹 전체가 다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란치아는 2014년, 란치아 델타를 폐지하고 입실론만이 브랜드를 지킬 수 있도록 했고, 브랜드 역시 ‘이탈리아 내수 전용’ 브랜드로 전락하게 되었다.
다만 최근 FCA 그룹과 PSA 그룹이 합병하며 탄생한 '스텔란티스'가 란치아에 대한 투자, 그리고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로 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과연 란치아의 미래, 델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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