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과 시비 붙어 사망한 30대 남성 아버지
피해 현장에 꽃 두고 "아들 혼 달래려는 아비의 마음"
법원 "사고 경위 알려진 것과 달라 구속영장 기각"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응답하라 의정부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으로, 고등학생들과 시비가 붙은 뒤 사망한 30대 남성의 아버지가 피해 현장에 놓은 꽃다발로 알려졌다. 응답하라 의정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경기 의정부에서 고등학생 일행과 시비가 붙은 뒤 사망한 30대 남성의 부모가 현장에 직접 놓은 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인 '응답하라 의정부' 페이스북에는 15일 바닥에 놓인 노란색 국화 한 다발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의정부 30대 사건 아버지가 그 자리에 놓고 가셨다. 주저앉아서 울고 계시더라"며 "마음이 아파서 여기에 올려본다. 꽃이 시들 때까지만이라도 치우거나 건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진 속 국화 꽃다발 안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제 아들이 사망한 자리입니다. 꽃이 시들 때까지만이라도 치우지 말아주십시오"라며 "가는 길 혼이라도 달래려는 아비의 마음입니다"란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지인 "학생들 엄벌을"…피의자 지인 "사실과 다른 얘기"
10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10대 A군 등 2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의정부시 민락동 번화가에서 30대 남성 B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폭행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4일 밤 11시쯤 민락동 번화가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30대 남성 A씨와 고등학생 여섯 명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학생들은 주먹다짐했고,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의정부 모 고교 3학년 학생 B군 등 두 명은 폭행 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죽거나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사고 경위가 알려진 것과 다르고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피의자들에 대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그 사망에 피의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사고 경위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며 피의자들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오면서 확산됐다.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앞서 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등학생 일행 여섯 명이 어린 딸과 아들이 있는 가장을 폭행으로 사망하게 만들었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학생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었고, 한참 뒤 피해자가 귀가하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사실과 다른 얘기가 돌면서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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