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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열쇠가 된다" 모바일 출입통제 시스템 만든 모카시스템 김동현 대표

입력
2021.08.1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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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원룸의 비밀번호 노출 우려 덜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물 출입구 등에 설치된 지문인식 장치를 예전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재택근무 등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방역 때문에 접촉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신 전자태그(RFID) 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사원증을 다시 사용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쓰인 RFID 카드는 매번 출입할 때마다 꺼내야 해서 귀찮기도 하고 분실 위험이 있다. 분실할 때마다 재발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1만5,000원이다. 그만큼 회사로서는 부담이다.

그래서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모바일 출입통제 기술이다. 모바일 출입통제 기술은 출입에 필요한 보안 데이터를 인터넷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해 놓고 스마트폰을 열쇠처럼 사용하는 기술이다. 지문인식 장치 같은 접촉식이 아니어서 코로나19 시대에 감염 위험이 덜하면서 RFID 카드와 달리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분실 위험이나 비용 부담이 적다.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목받는 모바일 출입 통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목받는 모바일 출입 통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스마트폰으로 출입 관리하는 공유 사무실

김동현(49) 대표가 이끄는 모카시스템은 모바일 출입통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직원 15명의 스타트업인 이곳은 지난해 쟁쟁한 보안기업들을 제치고 미국에서 보안 분야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시큐리티 인더스트리 어소시에이션 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 이 업체가 개발한 '에어팝' 시스템이 있다.

에어팝은 스마트폰에 출입에 필요한 데이터를 넣어놓고 스마트폰을 열쇠처럼 사용하는 장치다. 이를 위해 출입구에 손가락 크기의 작은 인식기(리더)인 '에어팝 패치'를 달면 간단하게 스마트폰이 열쇠로 바뀐다.

공유 사무실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에어팝이 등장하자 이 장치의 편리함을 알아보고 적극 도입했다. "현재 35개 패스트파이브 지점에 에어팝이 설치됐습니다. 각 지점마다 출입구에 15개의 인식기가 설치됐어요. 새로 생기는 패스트파이브 지점들에도 자동으로 에어팝을 설치하기로 계약했어요."

비용은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인식기 하나당 월 1만 원을 받는다. "공유 사무실은 입주 기업 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도 많이 드나들어요. 그때마다 사람이 매번 1층까지 내려가서 데려오거나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면 번거롭죠. 월 1만 원의 비용은 이를 대신하는 유지 보수비입니다."

방문객들도 편해진다. 사전에 방문객 스마트폰에 모바일 방문카드를 전송하면 별도 출입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방문객이 1층 안내창구에서 따로 방문카드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죠. 방문객이 스마트폰으로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 사전 약속한 직원의 스마트폰에 알림 창이 뜹니다. 서로 기다리는 시간도 줄여주죠."

김 대표는 에어팝이 스타트업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데 그때마다 출입 시스템의 암호를 계속 바꿔야 해요. 에어팝을 쓰면 암호를 바꿀 필요 없이 간단하게 퇴사 직원들을 시스템에서 제외하면 됩니다."

디지털 도어록 위에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잇다'는 빠르면 올해 말 시판 예정이다. 한진탁 인턴기자

디지털 도어록 위에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잇다'는 빠르면 올해 말 시판 예정이다. 한진탁 인턴기자


“친구에게 현관 비밀번호 가르쳐 주지 않아도 돼요”

아파트나 원룸 등 주거시설 현관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록 위에도 에어팝 패치를 덧붙이면 따로 번호를 누르거나 디지털 열쇠를 꺼낼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갖다 대서 문을 열 수 있다. 이를 상품화한 주거용 패치 제품 '잇다'(ITDA)는 연말에 나온다. "주거시설 현관문에 달려 있는 디지털 도어록에 붙일 수 있는 패치 제품입니다. '잇다'라는 상표명에 공간과 사람을 잇는다는 뜻을 담았어요."

주거용 패치 제품은 누군가에게 디지털 도어록의 비밀번호가 노출될 우려를 줄여 준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그만큼 범죄 염려를 덜 수 있다. "친구나 친척 등 방문객의 스마트폰에 임시 출입 권한을 부여하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되죠. 다녀간 뒤 출입권한을 지우면 됩니다."

에어팝 패치는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구형 아이폰은 블루투스를, 신형 아이폰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애플과 NFC 적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거용 패치 제품은 연말 이후 시판할 계획이다.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디지털 도어록 판매점에서 팔거나 우리가 직접 온라인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가격은 3만~5만 원대를 생각 중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디지털 도어록에 에어팝 패치 기능을 내장하는 방안도 관련 제조업체들과 논의 중입니다."

스마트폰이 사원증도 대체

모바일 출입통제 기술은 사원증까지 대신할 수 있다. 출입통제 기능뿐만 아니라 RFID 사원증을 통째로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사원증을 사용하면 굳이 플라스틱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건물을 드나들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여러모로 편리해지죠."

이 업체의 모바일 사원증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부터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업체와 대형 포털 등이 한 단계 강화된 보안 장치로 모바일 사원증을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올해 초 이 업체의 기술을 이용해 모바일 공무원증을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과 세종시 정부청사에 모바일 공무원증 기능을 일부 도입했어요. 일부 청사에 에어팝 패치를 달아서 공무원들이 스마트폰만 갖고 출입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모바일 사원증이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에게 수여하는 각종 상을 모바일 사원증에 표시하는 이모티콘으로 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현실화할 수 있다. "직원들의 모바일 사원증에 이모티콘 배지를 달아주는 거죠. '최우수 영업사원'부터 '친절한 직원'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 등 다양한 이름의 이모티콘 배지를 만들어 모바일 사원증에 표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직원들과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죠. 현재 이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런 것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클라우드와 모바일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이 업체의 솔루션에 관심이 많다. "모바일 출입 통제 시스템은 출입 보안, 모바일, 클라우드 등 여러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복합된 새로운 블루오션 서비스예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베스핀글로벌과 클라우드에 특화된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입니다."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사원증으로 회사 및 사무실을 출입하는 '에어팝'을 시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김동현 모카시스템 대표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사원증으로 회사 및 사무실을 출입하는 '에어팝'을 시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대형 포털과 공동 사업 진행

김 대표가 에어팝을 새로운 블루오션 서비스로 보는 이유는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15건 이상의 특허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미 5건은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10건 이상의 특허를 국내외에서 출원 신청했다.

연말에 관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공유 사무실에 입점한 각 기업들의 개별 사무실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록 위에 덧붙이는 에어팝 패치 제품이다. "패치 제품을 덧붙이면 사무실의 디지털 도어록을 교체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출입할 수 있어요." 패치 제품은 기업들이 원하는 로고와 사명 등을 넣을 수 있어서 자체로 홍보 수단이 된다.

김 대표는 에어팝의 편리한 사용을 위해 국내 대형 포털업체와 사업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업체의 앱과 메신저 등에 모바일 사원증을 연동하는 사업이다.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포털 앱으로 직원들과 방문객의 출입 관리가 가능한 사업입니다.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간편하게 모바일 출입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해외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 업체의 모기업은 국내에서 20년 이상 생체인식 보안기술을 개발한 슈프리마다. 원래 이 업체는 슈프리마의 사내 벤처였다가 독립했다. 지금도 슈프리마가 이 업체의 지분 30%를 가진 최대 주주다. "슈프리마가 해외에 100여 군데 유통사들을 갖고 있어요. 이들과의 협업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죠."

777 여객기 만들던 항공 설계 기술자 및 오큘러스 지사장 출신

원래 김 대표는 고교 시절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간 뒤 카네기멜런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보잉사에서 비행기를 설계한 항공 기술자였다. "당시 보잉은 기계공학도에게 꿈 같은 회사였죠. 보잉에서 777 여객기 개발에 참여했어요."

그가 꿈의 직장을 그만둔 것은 실리콘밸리에 불었던 닷컴 바람 때문이었다. 여기에 편승한 김 대표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바코드 인증업체 심볼테크놀로지를 거쳐 LG전자에 입사했다. "LG전자에서 TV 신사업을 기획하다가 가상현실(VR)로 유명한 오큘러스를 알게 돼 2년간 한국 지사장을 했어요." 이후 김 대표는 슈프리마의 전략 및 투자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모카시스템 투자를 담당하면서 대표까지 맡게 됐다.

김 대표는 모카시스템을 최고 보안 업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모카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이 5억 원인 작은 스타트업이에요. 하지만 올해 매출은 20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할 겁니다. 요즘 보안업계는 물리 보안과 사이버 보안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두 가지 모두를 잘하는 회사가 각광받아요. 그런 점에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갖고 있는 모카시스템이 충분히 시장을 이끌 만하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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