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서
지난해 이어 거듭 '대화' 의지 강조
관계 진전 담보할 실천 방안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도 한일관계의 꼬인 실타래를 풀 해법으로 ‘대화’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에) 양국 현안은 물론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친일 역사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다” 등 집권 초ㆍ중반 내세웠던 ‘극일’ 메시지는 생략하고, 2년 연속 일본을 향해 ‘상생’의 손짓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에 필요한 실질적 방안은 이번에도 담기지 않아 임기 내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대일 메시지는 현 정부의 한일관계 기조가 유화적 태도로 변화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2017년 집권 후 친일 청산에 열을 올렸던 과거 광복절 경축사와는 온도차가 확실히 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 관련 언급을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안재홍 선생의 방송 연설을 인용하며 시작했다. 1945년 8월 16일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한 안 선생의 연설을 상기시키며 “담대하고 포용적 역사의식”이라고 격찬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공통분모를 토대로 “분업과 협력”을 강조했다. 더 이상 과거사 갈등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위해 상생하자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번복하면서 줄곧 교착 상태에 놓였던 한일관계는 2019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과 일본의 소재ㆍ장비 수출규제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최근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하던 양국 정상회담이 불발된 데 이어 소마 히로마사 전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비하 발언까지 공개되면서 끝 모를 수렁에 빠졌다.
문제는 새로운 방향성(미래+대화)을 제시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경축사 어디에도 관계 진전을 담보할 만한 구체적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최대 쟁점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의 보편 가치와 기준에 맞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과거사 문제와 상생 협력을 따로 하겠다는 ‘투트랙’ 기조로 읽힌다. 결국 과거사 이슈를 대하는 일본의 입장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한일관계 개선을 꾀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또 공물을 봉납했고, 외교부는 즉각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했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교수는 “일본 정부는 이번 경축사를 대화 의지는 있지만, 해법은 없는 모호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관계가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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