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화폐 2억2300만 장 폐기
전년比 36%↓, 에베레스트산 11배 높이
#. 충남 천안에 사는 김모씨는 올해 4,000만 원이 넘는 돈을 하루아침에 잃을 뻔했다. 5년 전 경조금으로 받은 돈을 종이박스에 넣어 집 창고에 보관해 왔는데, 수해로 5만 원권 등이 온통 물에 젖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4,1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한국은행에 가져갔고 온전한 돈으로 교환받았다.
갖가지 이유로 훼손돼 한은이 폐기한 화폐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억2,300만 장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은이 공개한 '손상화폐 폐기·교환 실적'에 따르면 금액으로 1조436억 원어치에 달하는 돈이 폐기됐다. 김씨의 돈처럼 교환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명을 다해 시중에선 쓸 수 없게 된 지폐나 주화가 그 대상이다.
올 상반기 한은이 폐기한 돈을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총 길이가 4만8,883㎞로 경부고속도로(416㎞)를 약 59회 왕복한 수준이었다. 손상 화폐를 쌓을 경우 높이가 에베레스트산(8,848m)의 11배,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556m)의 169배에 달했다.
엄청난 규모지만, 지난해 상반기(3억4,570만 장)와 비교하면 35.5%나 줄었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화폐 환수 부진, 폐기가 필요한 화폐를 걸러내는 자동정사기 가동률 하락 등의 영향이었다.
화폐 종류로는 지폐(은행권)가 1억7,800만 장(1조390억 원), 주화(동전도 장 단위로 표기)는 4,510만 장(46억 원) 폐기됐다. 손상 이유로는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4만8,500장)이 가장 많았고, 화재(2만5,400장), 세탁 등(1만2,100장)이 그 뒤를 이었다.
한은은 지폐 일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남은 면적에 따라 정해진 금액의 돈으로 교환해준다. 남은 면적이 원래 크기의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액 그대로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 5분의 2 이상에서 4분의 3 미만일 경우엔 반액만 교환된다. 남아 있는 면적이 원래 면적의 5분의 2 미만이면 아예 교환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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