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 외면, 그들만의 리그 될 판
롯데 감독 “다시 팬 신뢰 얻어야 한다”
한 달 여만에 재개된 프로야구에서 각 팀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전력 보강에 힘쓴 팀은 치고 올라가는 반면 사건 사고로 얼룩진 팀들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재개된 리그 후반기 11경기를 치른 12일 현재 LG가 1위에 복귀했고, KT가 반 경기 차이로 바짝 쫓고 있다. 6위 NC까지 선두와 6경기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남은 리그는 전반기 취소된 11경기를 포함해 총 325경기를 벌여야 한다.
각 구단은 지난 한 달간 집중된 각종 야구계 악재에도 저마다 전력보강을 하며 후반기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1, 2위팀 LG와 KT다.
KT는 지난 시즌 한화서 방출된 제러드 호잉을 영입한 뒤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연습 경기 등 실전훈련까지 마쳤다. 10일 첫 경기인 키움전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 이후 이틀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금세 적응하는 모습이다. KT는 강속구 투수 엄상백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데다, 내야수 오윤석과 포수 김준태를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며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LG는 벌써부터 휴식기 전력보강 효과를 보고 있다. 부상으로 이탈한 로베르토 라모스를 대체할 선수인 저스틴 보어가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는 등 힘을 보태며 후반기 2연승을 거둔 끝에 12일 단독 1위를 탈환했다. 6월 23일 이후 50일 만의 1위다.
LG는 휴식기에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키움과 트레이드로 정찬헌을 내주고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서건창을 품에 안았다. LG는 중심타선 부진으로 리그 순위(전반기 2위)에 어울리지 않은 공격력(타율 8위, 홈런 8위, 득점권 타율 10위 등)을 보여왔다.
삼성과 SSG도 지난달 전력 약화 원인으로 지목된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하고 실전투입 준비를 마쳤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NC는 험난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주전 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수칙 위반으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전력이 극도로 약화됐다. 후반기 3연전에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 송명기 등을 앞세웠지만 1승 2패에 그친 것도 이들의 공백 탓이다. 여기에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지난달 수술대에 올랐고, 외국인 투수웨스 파슨스마저 부진 여파로 후반기 첫 등판을 거르기로 해 이동욱 NC 감독 고심이 깊다.
4위 키움은 후반기 3연승으로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단에선 방출이라는 극도의 처방전을 내놓았으나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중이 큰 3, 4 선발투수인 한현희와 안우진이 지난달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판을 벌였지만 가벼운 징계에 그친 탓이다. 키움은 이 외에도 아내 병간호를 위해 지난달 출국한 제이크 브리검마저 복귀하지 않아 후반기 선발진 붕괴마저 우려된다.
KIA는 믿었던 외국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가 대마초 성분의 전자담배 반입 시도로 퇴출당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외국인 선수 영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3년 차 신예 김현수를 대체 선발로 투입하고 이의리 등판간격을 앞당긴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하위권 성적을 올리기엔 역부족이다.
문제는 구단들의 후반기 전력에 집중해도, 야구팬들이 리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 광주ㆍ대구 구장에 지난 3일간 입장한 관중이 허용된 관중석의 20%대에 그쳤을 정도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안산(양궁), 구본길(펜싱)이 시구자로 나서도 변화가 없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선수단이 한 번씩 더 생각하면서 생활하면서 실수를 줄이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어떤 스포츠든 팬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연고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팬들이 다시 야구를 즐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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