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 위해 옥수수밭 구장 마련?
양키스·화이트삭스 경기 진행?
“이곳이 천국인가” 대사 외치며?
영화 속 주인공 코스트너 등장?
선수들도 1910년대 유니폼으로?
역전에 재역전 주고 받은 명승부?
화이트삭스 9-8 승리로 마무리
영화 ‘꿈의 구장’의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66)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 옥수수밭에 등장했다. 영화에서처럼 자신보다 큰 옥수수 줄기를 헤치며 걸어 나왔다. 옥수수밭을 일구며 야구장을 만들던 30대 젊은 코스트너가 아닌 백발로 변한 모습이어서 후속을 보는 듯했다. 코스트너가 옥수수밭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헤치고 나오자, 녹색 잔디가 깔린 그라운드가 펼쳐졌다. 옥수수밭과 연결된 외야 담장을 통해 야구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코스트너는 영화 속 대사인 “이곳이 천국인가”를 외쳤고 경기장 내야에 자리 잡은 8,000석 규모의 관중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코스트너가 마운드에 서자 다시 담장 옥수수밭에서 과거 양말을 유니폼 바지 무릎까지 올려 신은 농군 유니폼의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등장했다. 시카고 선수들은 1910년대 유니폼을 재현한 핀스트라이프 복장으로, 등에는 이름이 빠지고 번호만 있었다.
1989년 상영된 꿈의 구장이 32년 만에 현실에서 재현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는 이날 옥수수밭 가운데 조성된 임시 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벌였다.
꿈의 구장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승부 조작 사건인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옥수수를 재배하는 주인공인 레이 킨실라(코스트너)가,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라는 옥수수밭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스토리는 시작된다. 아버지의 우상인 슈리스 조 잭슨(블랙삭스 스캔들로 영구 제명)이 온다는 계시여서, 주변의 반대에도 부인, 딸과 함께 옥수수밭을 밀어 야구장을 손수 짓는다.
그러자 실제 조 잭슨 등 8명의 선수가 유령으로 나타나 시합을 이곳에서 벌인다. 야구 선수로 못다 이룬 이들의 꿈을 주인공이 실현시켜 준 것이다. 선수 중에는 꿈 많던 젊은 시절 주인공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다.
성인이 된 뒤 생활고에 시달리며 잊고 지낸 어릴 적 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뉴욕 양키스 간판타자 애런 저지는 “어릴 적 야구중계와 영화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영화 속에 나왔던 이곳에서 실제로 뛰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MLB 사무국은 이 한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꿈의 구장 프로젝트를 준비, 영화 촬영지인 옥수수밭을 사들여 임시 야구장을 건립했다.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조명도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최신식과 거리가 멀었고, 점수판도 외야에 나무로 만들어 2명의 사람이 직접 조정했다. MLB 사무국이 야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이 같은 이벤트를 추진한 것이다. 코스트너는 “영화 속 장면이 재현된다고 해 의문을 품었지만, 결국 꿈이 완벽하게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경기 역시 영화처럼 극적이었다. 양키스의 간판타자 애런 저지는 4-7로 뒤진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리암 헨드릭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치며 6-7을 만들었다. 이어 조이 갈로의 볼넷으로 2사 1루가 됐고, 다음 타자 장칼로 스탠턴이 좌월 역전 투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8-7로 역전했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말 화이트삭스는 1사에서 세뷔 저발라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팀 앤더슨이 상대 마무리 잭 브리튼의 초구를 우측 외야 옥수수밭으로 넘기며 9-8로 재역전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코로나19로) 지난해 여기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올해 멋있게 마무리했다”며 “꿈의 구장에는 내년 8월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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