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지구온난화' 예고...경고는 생각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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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지구온난화' 예고...경고는 생각보다 빨랐다

입력
2021.08.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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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과학, 19세기 말에 태동
1950년대 '기후변화 대응' 중대한 경고
"정치인, 최근 안 것마냥 안이하게 대해"

'1912년 기후변화를 경고한 신문기사'로 트위터에서 공유되는 이미지. 뉴질랜드 한 지역 신문에 실린 짧은 기사는 당시에도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트위터 캡처


전 세계의 용광로에서 해마다 석탄 20억 톤이 불탄다. 이것이 산소와 결합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 70억 톤을 배출한다. 공기는 지구를 뒤덮는 장막이 돼 온도를 올린다. 수 세기 안에 효과가 매우 커질 수 있다.

로드니 앤드 오타마테아 타임스, 1912년 8월 14일 자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보고서를 내놓은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미지 형태로 떠돈, 짧은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뉴질랜드 '로드니 앤드 오타마테아 타임스'의 1912년 8월 14일 자에 올라왔다는 표시가 돼 있다. SNS에서는 "100년도 넘게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 대응이 너무 부족하다"며 이 이미지를 공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신문기사 이미지가 유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뉴질랜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이 이미지를 공유한 후, 영어권 커뮤니티 사이트로 빠르게 퍼져나가 "100년 전 지구온난화 예언한 기사"로 화제가 됐다. 이 기사는 진짜일까.



19세기 말부터 알려진 '온실가스' 개념

1912년 3월 미국 잡지 '파퓰러 메카닉스'에 실린 기후변화에 대한 삽화 기사.

이 기사는 역대 신문을 저장해 둔 뉴질랜드국립도서관에서 디지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 실제 기사다. 정확히 동일한 기사가 1912년 7월 17일에 나온 호주 '브레이드우드 디스패치 앤드 마이닝 저널'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서 한 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기사는 미국의 격월간 잡지 '파퓰러 메카닉스' 1912년 3월호에 게재된, 프랜시스 몰리나 명의의 "1911년의 놀라운 날씨: 석탄 연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기사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온실가스'라는 개념을 최초로 사용하며 온실효과를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과 연관시킨 최초의 인물은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다. 190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아레니우스는 1896년 스톡홀름 물리학회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얼마나 더 오르는지를 계산해냈다.

역설적으로 아레니우스는 당시 지구온난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기온이 높아지면 스웨덴처럼 추운 지방은 더 풍족한 곡물 생산이 가능하다고 여긴 것이다. 당시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조차 '재앙적 수준'의 기후변화가 발생하려면 수천 년 내지 수만 년이 지나야 한다고 예견했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지금처럼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막기 위해 행동하라는 경고, 1950년대부터 시작


미국 벨 연구소의 1958년작 다큐멘터리 '풀려난 여신'과 영국 ITV에 방영된 1981년작 다큐멘터리 '온난화 경고'. 유튜브 캡처

변방의 이론으로 여겨졌던 지구온난화를 상식 선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초기 기후변화 연구자로 꼽히는 로저 레벨은 미국 의회에서 실제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레벨은 훗날 미국 부통령이며 기후변화 대응 운동을 벌인 앨 고어의 스승이기도 하다.

1958년 미국 벨 연구소는 '풀려난 여신'이라는 기후 과학 소재 다큐멘터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대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1981년 영국 I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온난화 경고(Warming Warning)'는 과학자들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로 수십 년 내에 심각한 온난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 1990년 IPCC가 기후변화에 대해 최초의 보고서를 냈을 때 미국, 소련, 중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조기 대응'에 반대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 들어서 각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즉각 행동하지 않는 거짓 계획"이라고 비해 왔다. 이들의 비판은 정치권에서 수십 년 된 환경 문제를 최근 제기된 것처럼 안이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정부와 언론은 기후변화를 진짜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만약 정말 위기의식이 있다면 정부의 의제와 매일매일 헤드라인이 기후변화 문제로 뒤덮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학자 패트릭 아이버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은 40년 전부터 초등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로 확립돼 있었지만 탄소 배출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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