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휴대폰으로 변호인 연락 시도
정진웅, 증거인멸 의도로 판단 실랑이
“아! 아!!”
지난해 7월 29일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한동훈 검사장 사무실에선 비명소리가 두 차례 울렸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당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정 검사에게 몸이 짓눌린 한 검사장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12일 당시 현장을 목격한 검찰 수사관 진술과 사건 전후에 촬영된 영상 등을 종합해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폭행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정 차장검사는 당일 오전 11시쯤 장모 검사와 수사관 4명을 대동해 법무연수원을 찾았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에 한 검사장이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었다. 정 차장검사는 그해 6월 ‘휴대폰 본체’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자,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아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칩’을 압수하려고 했다. 유심칩을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오전 11시 20분쯤 외출하려고 사무실을 나선 한 검사장은 자신을 찾아온 수사팀과 마주치자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오른편 소파에는 한 검사장이,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왼쪽 자리엔 정 차장검사가 앉았다. 정모 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자, 한 검사장은 필기구를 가져와 메모하면서 영장을 읽었다. 한 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휴대폰은 탁자 위 보이는 곳에 올려뒀다”고 말했다.
사달은 한 검사장이 “변호인과 연락하겠다”며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휴대폰 사용 허락을 받은 한 검사장이 잠금을 풀려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는데, 정 차장검사가 “이러시면 안 된다”며 벌떡 일어나 한 검사장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한 것이다.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정 차장검사의 해명이다.
한 검사장이 휴대폰을 뺏기지 않으려 몸을 뒤로 젖히면서, 휴대폰을 든 팔을 반대쪽으로 뻗었다. 그럼에도 정 차장검사가 몸을 밀착해 오자, 한 검사장은 고통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몸이 뒤엉킨 채 실랑이를 벌이다가 ‘쿵’ 소리를 내며 함께 사무실 바닥으로 넘어졌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 몸에 올라탄 채 몇 초간 자세를 유지했고, 동행한 수사관이 정 차장검사 지시로 휴대폰을 압수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가 자신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대항하는 한 검사장의 저항을 제압하고 휴대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그의 몸을 눌러 신체에 대한 상당한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뒤에도, 정 차장검사는 계속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을 뿐 행위 중간에 자세를 바로잡거나 신체 접촉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유형력 행사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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