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초유의 검사 간 '독직폭행' 사건
검찰 안에선 "부끄럽고 민망해 할 말이 없다"
초유의 동료 검사 폭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진웅(53ㆍ사법연수원29기)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12일 선고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폭행 피해자로 인정된 한동훈(48)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자기 편 수사 보복을 위한 권력의 폭력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정 차장검사는 이날 선고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서 징역 4개월의 유죄 선고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법원 청사를 빠져 나갔다. '법원의 판단이나 한 검사장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도 침묵만을 유지한 채 서둘러 차량에 올랐다.
반면, 한동훈 검사장 측은 ‘독직폭행 유죄판결 관련 피해자 한동훈 검사장 입장’이란 제목의 320자짜리 입장문을 곧바로 내놨다. 한 검사장은 “자기 편 수사 보복을 위해 ‘없는 죄를 덮어씌우려 한’ 권력의 폭력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자기 편 수사’는 한 검사장이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 재직 시절 지휘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수사를 언급한 것이다. 자신이 친정권 성향의 검사들에게 무리한 보복 수사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한 검사장은 이어 독직폭행 사건 혐의자와 관련, 책임자들에게 징계는커녕 도리어 승진까지 시킨 법무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부장검사(정 차장검사)가 독직 폭행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1년이 넘었다”며 “(그간) 법무부, 검찰 그 누구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지휘 책임자들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지목하면서 “누구도 징계는커녕 감찰조차 받지 않았고 (일부는) 오히려 예외 없이 승진했다”고 언급했다. 한 검사장은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해 독직폭행 사건 공판을 지휘하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로 바로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는 뒤숭숭했다. “하도 민망한 사건이라, 부끄럽고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 주로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정부에서 서초동(검찰)이 노골적인 정치판이 돼 말하기 겁난다”면서도 “목표를 정해둔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려다 사달이 난 듯하다”고 평가했다.
검찰 인사 형평성의 상실을 꼬집는 지적도 거듭 나왔다. 현직 차장검사는 “범죄행위로 기소된 자와 지휘 책임자들이 되레 승진하면서 인사의 형평성 내지 일관성이 망가졌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내로남불식’ 인사 전횡이 정리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권 초기부터 특정 라인의 요직 싹쓸이 인사 전횡이 이어지면서 검찰이 술렁였는데 (그 이후) 지금껏 바람 잘 날이 없다”며 “지긋지긋하다”는 한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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