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즌 연속 2군 홈런왕
2019시즌부터 1군서 홈런 꿈꿔
“영광된 1군 무대 즐기며 후회 남지 않는 경기할 것”
“멀어보이지만, 백호와 대표팀에 서는 꿈도”
“1군 홈런왕도 꿈만은 아닐 것”
“이젠 2군이 아닌 1군 홈런왕이 되는 꿈을 꾸겠습니다.”
LG 이재원(22ㆍLG)에겐 프로 입단 첫 시즌인 2019년부터 꿈이 있었다. 1군 무대에서 담장을 시원하게 넘기는 타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해 머지않아 이 꿈은 실현될 것으로 봤지만, 타석에 설 기회조차 쉽게 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1군에서 16경기 출전했을 뿐이다.
올해는 전반기가 끝나던 무렵인 지난달 5일 합류한 1군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재원은 경기 후 원정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팬들의 환호 속에 홈런을 치며 베이스를 도는 꿈을 꿨다. 그 정도로 간절했다.
이재원의 행복한 상상이 마침내 현실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 11일 잠실 SSG전에서 4회 상대 선발 오원석(SSG)이 던진 136㎞ 직구를 우중간으로 밀어쳐 담장을 넘겼다. 1군 무대 19경기 만에 나온 첫 홈런으로 타구속도 172.2㎞에, 비거리는 130.1m에 달하는 대형홈런이었다. 이날 1군 출전 무대에서 가장 좋은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이재원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뒤 푹 잠을 자 별다른 꿈을 꾸진 않았다”면서 “아직도 실감 나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꿈의 무대에서 친 홈런이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8년 2차 2라운드(전체 17번)로 입단한 이재원은 지난해 북부리그 홈런상(13개)에 이어 올 시즌에도 홈런(16개)ㆍ타점(55점)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1군에서 통할지 걱정이 앞서다 보니 공을 맞추는데 급급했고, 힘으로만 치려 했다”며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마음가짐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1군에서 20타수 1안타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 타율 0.385(14타수 5안타)로 적응해가고 있다. 삼진도 지난해(11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4개에 불과하다. 이재원은 “영광된 1군 무대를 즐기면서 후회 남지 않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젠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해 그 안에 들어오는 공만 칠 정도로 여유도,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류지현 LG 감독이 지적한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남다른 노력도 했다. 지난 시즌 하반기부터 비시즌 기간까지 레그킥(한쪽 다리를 드는 타격자세)을 줄이고, 스윙궤적을 간결하게 했다. 이재원은 “바꾼 타격폼이 몸에 익어 1군 투수의 공을 치는데 현재 기술적으로 부담이 없다”며 “힘을 빼고 타이밍을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스윙을 짧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은 건장한 신체조건(192㎝ㆍ100㎏)에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서울고 재학시절 동창인 KT 강백호와 중심타선을 맡았는데, 당시에도 파워는 강백호를 넘어섰다. 구단에서도 제대로 터지면 향후 10년간 4번 자리를 꿰찰 유망주, 제2의 박병호(키움)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어떻게 붙잡느냐에 따라 주전으로 도약할 수도 있지만 이재원은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솔직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쉽게 성공할 수 없는 꿈의 무대다. 훌륭한 선배들만 봐도 그렇다”면서 “올 시즌은 큰 욕심은 없고 팀이 우승하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됐음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친구 백호와 얼마 전 영상통화를 했다. 백호는 경기장과 훈련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대표팀에서 뛰자고 했다. 지금은 멀어 보이지만, 희망을 품고 도전하겠다. 그러다 보면 1군 홈런왕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