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10억 달러(1조1,5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에 성공하자 업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그린본드는 이름 그대로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특수 목적 채권이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소위 '굴뚝 사업' 이미지가 강하다. 에너지 소모량이 크고 사용하는 원부자재 중에도 독성 물질이 다량으로 포함돼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크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이런 세간의 편견을 깨고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단순히 턱걸이 성공이 아니라 그야말로 흥행 대박을 쳤다. 투자자 부담이 큰 10년 만기 채권인데도, 세계 230여 개 기관 투자자로부터 발행금액의 5배가 넘는 54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SK하이닉스의 친환경 프로젝트 적격성을 검증한 평가기관은 "SK하이닉스처럼 ESG 의사 체계를 잘 갖춘 회사는 드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기대 이상의 흥행을 두고 "과거부터 지속해온 친환경 행보들이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ESG는 지속 가능 기업으로서 기반 다지는 도구"
최근 SK하이닉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 경영 전략이다.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첨단기술을 개발해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ESG 경영으로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비전이다.
SK하이닉스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며 "ESG 경영은 단순히 착한 기업임을 보여주는 게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도구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의 친환경 행보가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SK그룹 관계사들과 국내 대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다. SK하이닉스는 RE100 계획이 구호로 그치지 않게 연초 중·장기 추진 계획인 'SV(Social Values) 2030'을 통해 2050년까지 RE100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생산시설은 내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술 신제품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도 ESG 기준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컴퓨터의 대표 저장장치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전력 소모가 적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낸드 기반 저장장치)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SSD가 HDD를 모두 대체하게 되면 HDD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3% 이상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물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산업의 쌀'이라면, 물은 '반도체 산업의 쌀'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 기준 2030년까지 일평균 13만8,000톤 규모의 물 재활용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폐수처리장에 4만 톤 규모의 재이용시스템을 설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관리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근처 죽당천에 등장한 수달은 이런 노력의 증거로 평가 된다. 죽당천은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의 방류수가 직접 유입되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수달은 수질과 생태계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방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ESG의 한 축인 '동반성장' 역시 SK하이닉스의 중요한 가치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반도체 지식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자사의 생산 장비 등을 공유하는 분석·측정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본드 10년 만기채권이지만 3년 내 소진 예상"
아울러 SK하이닉스는 ESG 친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일 CEO 직속 ESG TF를 출범했다. 전사 관점에서 ESG 전략방향을 검토하고, 경영의 실행력도 높이기 위해서다. CEO 의사 결정으로 전사를 종횡으로 연결하는 ESG 컨트롤타워를 꾸린 셈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지속 가능한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 환경 조성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추진 여부는 'ESG 경영위원회'에서 확정하고 그린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투자금 집행 절차도 거친다.
각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선 다양한 부서로 구성된 '그린본드 워킹 그룹'을 통해 친환경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환경 개선 효과를 따질 계획이다. 이후 사후 보고서를 통해 자금의 사용처와 그에 따른 결과, 미배정 금액을 작성해 연 1회 SK하이닉스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는 "10년 만기 채권이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프로젝트 진행 계획 등을 감안하면 3년 안에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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