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삶 위한 마음 수련법 담은
파울로 코엘료의 명상 소설 '아처'
올해 도쿄올림픽 화제의 종목 중 하나는 단연 양궁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9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세계 최강의 실력을 증명했다. 더불어 한 발의 화살로 결과가 뒤바뀌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심박수 100을 넘기지 않는 한국 선수들의 ‘평정심’에도 감탄이 잇따랐다. 소음이 심한 야구장에서 활을 쏘거나 폭우를 맞으면서 연습하는 등, 한국 대표팀 특유의 강도 높으면서도 독특한 훈련 방식이 바탕이 됐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져 화제가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며, 두려움 없이 화살을 쏘아 보낸다. 올곧으면서도 예리한, 단호하면서도 정밀한 이 행위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정신수양에 가깝다. 올림픽을 계기로 이처럼 고도로 우아한 ‘활쏘기’의 매력에 빠진 독자라면 파울로 코엘료의 명상소설 ‘아처’를 읽어봄 직하다. 20년 전 “기막히게 멋진 영혼의 모험”을 그려낸 ‘연금술사’에 이어 코엘료가 또 한 번 의미있는 삶을 위한 마음 수련법을 전한다. ‘연금술사’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 여행 이후 직접 깨달은 진리를 담았듯, ‘아처’ 역시 실제 작가가 오랫동안 수련해온 궁도에서부터 출발한 책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전설적인 궁사 ‘진’은 더 이상 누구와도 겨루지 않고 이름 없는 목수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한 이방인이 완벽의 경지에 이른 자신의 궁술을 증명하겠다며 진을 찾아온다. 이방인은 진에게 도전해 그의 명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방인은 40미터 거리의 작은 체리 열매를 관통하는 것으로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진은 똑같이 체리를 쏘는 대신, 이방인을 데리고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낭떠러지로 향한다. 밧줄이 해져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흔들다리만이 유일하게 반대쪽과 연결하는 곳이었다. 진은 곧 흔들다리 한가운데로 향하고, 20미터 거리의 복숭아를 맞힌다. 진은 이방인에게 자신과 똑같이 해보라 제안하고, 이방인은 실패한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앞에서 얼어붙은 이방인을 향해 진이 이방인에게 하는 말은 ‘궁도’의 핵심에 가깝다.
“활쏘기 기술에 능통하고 활을 다룰 줄도 알지만 정신을 다스리는 법은 익히지 못했군요.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잘 쏘지만 곤란한 상황에서는 표적을 맞히지 못합니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 화살을 정확하게 잘 쏘는 것과 영혼의 평정을 유지하고 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진이 대결을 통해 이방인에게 전하고자 한 가르침은 단순히 ‘멀리’ ‘정확하게’ 과녁을 맞추는 것 이상의, 삶의 태도다. 진과 이방인의 경기를 지켜보던 소년은 진에게 자신에게도 궁술을 가르쳐달라 청한다. 책은 활, 화살, 표적, 자세에서부터 발시의 순간과 반복에 이르기까지 총 열세 장에 걸쳐 진이 소년에게 전하는 궁술의 원리를 담고 있다. 동시에 활쏘기라는 은유를 통해 전하는 인생의 진리다.
“세상 무엇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아야 한다. 때가 되면 네 손을 펼쳐 네 의도가 제 운명을 따라가도록 놓아주어야 한다.”(104쪽)
“쏘아 보낸 화살은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날아간다. 천 발의 화살을 쏘면 천 발 모두 다른 궤적을 그린다. 그것이 바로 활의 길, 궁도다.”(125쪽)
원작에서 진의 본래 이름은 테츠야였다. 일본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은 한국어판에서 ‘진’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코엘료는 ‘아처’ 한국 출간을 며칠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안산 선수의 3관왕 소식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사인본을 (안산 선수에게) 보내주겠다”고 적었다. (코엘료는 1,5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가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한국의 독자들을 의식한 행보지만, ‘그럴 만하다’ 싶다. 그게 이 '궁사들의 나라'에 대한 예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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