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소수자 관심 많아
신종 성범죄 연구회 설립 활동
대법 전원합의체 여성 30% 돌파
문 대통령 임명 마지막 대법관 될 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내달 퇴임하는 이기택 대법관 후임으로 점찍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 오경미(53)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판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관심이 많고 성범죄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계에선 오 고법판사를 평가할 때 2018년 우간다 여성 난민지위 인정 판결을 자주 입에 올린다. 해당 여성은 양성애자라는 이유로 우간다에서 체포 위협에 몰리자 한국으로 피신한 뒤 난민을 신청했는데, 오 고법판사가 여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치적 박해가 아닌 동성애나 양성애를 이유로 한 박해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급생들의 언어폭력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1심 판결과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언어폭력 심각성에 주목하면서 가해 학생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오 고법판사가 내린 주요 판결로 거론된다.
오 고법판사는 성범죄 분야에 남다른 관심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법원 젠더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터뷰단 및 재판 다시돌아보기’ 팀에서 활동한 것은 물론,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범죄연구회는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신종 성범죄 연구를 위해 여러 법관들과 함께 만든 대법원 내 커뮤니티로 현재 법관 100여 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청취하면서 법관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여성 대법관으로서 오 고법판사 역할에도 기대가 크다.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은 총 14명인데, 이 중 여성 대법관은 박정화ㆍ민유숙 ㆍ노정희 대법관 3명뿐이다. 오 고법판사가 국회 동의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될 경우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네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경우 법원행정처장(김상환 대법관)을 제외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하는 13명의 대법관을 기준으로 따지면, 여성 대법관 비율은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여성 대법관은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을 시작으로 전수안·박보영·김소영 전 대법관이 차례로 임명됐지만, 13명 대법관 중 한두 명을 채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2018년 8월 노정희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여성 대법관 4인 시대’가 열렸지만 김소영 대법관이 그해 11월 퇴임하면서 함께 한 시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오 고법판사를 통해 꾸준히 판결에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고법판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마지막 대법관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현 대법관 14명 중 무려 13명을 임명했다. 이기택 대법관이 내달 퇴임하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은 김재형 대법관 한 명만 남게 된다. 2022년 9월 퇴임하는 김 대법관 후임부터는 다음 정부에서 교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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