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사상 처음으로 산불 연기 북극에 도달
화재 면적 오스트리아 2배·한반도 4분의 3
"장비 없어 삽으로 산불 진화" 울분도 토해
러시아 시베리아 산불의 기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탓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시베리아 지역 산불만 해도 2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급기야 산불 연기는 북극으로까지 번졌다. 인류의 북극권 관측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하고 나섰으나, 이미 뒤늦은 조치인 데다 이마저도 측근 해임 요구를 잠재우려는 포석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를 인용해 올해 시베리아에서 약 16만1,356㎢에 해당하는 지역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영토(8만3,879㎢)의 2배, 한반도 전체(22만748㎢)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알렉세이 야로셴코 그린피스러시아 산림연구원은 “시베리아 산불은 그리스와 터키,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WP에 말했다.
산불의 영향은 시베리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연기가 북극권까지 진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속 아쿠아 위성이 6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시베리아 사하공화국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는 동서 방향으로 3,200㎞, 남북 방향으로는 4,000㎞ 이상 뻗어 나가 북극권에 도달했다. 산불 연기가 북극에서 포착된 건 관측 역사상 첫 번째라고 미국 공영 NPR방송은 전했다. 독일 DPA통신도 “연기가 이미 3,000㎞ 떨어진 우랄산맥까지 퍼졌고, 예카테린부르크나 첼랴빈스크 등 주요 도시를 뒤덮었다”고 보도했다.
산불 중심지인 사하공화국 출신 페도트 트무소프 러시아 연방의회 의원은 현지 일간 모스크바타임스(MT)에 “화재 진압 장비가 부족해 산불이 일어난 1만㎢를 오로지 삽만 들고 진화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WP 역시 “시베리아는 너무 넓다. 수십 곳의 화재 현장이 별다른 진화 노력도 없이 버려졌다”고 지적했다. 지역 당국자들은 “화재 진압에 투입될 더 많은 자금과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제야 산불 진화 총력전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통제불능의 산불에 맞설 증원군 투입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T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는 의회가 (그의 측근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연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4,200여 명에 불과하다. 야로셴코 연구원은 “수년간 지도자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화재는 정상적이며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왔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산림의 절반이 당국 관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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