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준 17년 만에 최대폭 증가
공모주 열기에 신용대출도 3.6조↑
DSR 규제에도... "빚투 이어질 듯"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한 달 새 1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출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7월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삐 풀린 집값 상승세 여파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6월보다 9조7,000억 원 늘어난 1,040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년 7월 증가액 기준으로만 보면 관련 통계(속보치)가 작성된 2004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6조1,000억 원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전월보다 2조8,000억 원 늘며 전체 주담대 증가액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3조6,000억 원 증가하며 7월 말 잔액이 280조8,000억 원에 달했다. 청약 증거금만 58조 원을 끌어 모았던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에스디바이오센서, HK이노엔 등 7월 들어 공모주 청약이 줄줄이 진행되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기업대출 역시 중소기업대출이 9조1,000억 원 늘어나는 등 한 달 전보다 11조3,000억 원 증가했다. 이 역시 7월 증가액으로만 따지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부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상이 확대되는 등 대출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은행들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대출 관련 금리를 줄줄이 올리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에 보폭을 맞추고 있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대출 수요는 좀처럼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7월 이후 DSR 규제 효과를 비롯해 주택시장 상황,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 복합적인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현재 주택매매 자금 및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수요 등을 볼 때 당분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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