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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훈련 비난 이은 통신선 차단... 도발 수순인가, 의례적 비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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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훈련 비난 이은 통신선 차단... 도발 수순인가, 의례적 비판인가

입력
2021.08.10 21:00
수정
2021.08.10 2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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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신연락선, 복원 2주 만에 불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사전훈련이 개시된 10일 한미를 동시에 겨냥해 날을 세웠다.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담화를 통해서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8시간여 만에 북한은 남북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지난달 27일 통신선 복원 후 2주 만에 돌변한 북한의 태도로 남북·북미관계 개선도 불투명해졌다.

北 "반드시 대가 치를 것"... 8시간 만에 통신선 단절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훈련에 대해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 표현"이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미가 훈련규모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북한의 목적이 '훈련 중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부부장은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 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규정했다.

북한의 불만은 '통신선 단절'로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인 오전까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해 정상통화가 이뤄졌으나, 오후 4시 이후 일방적으로 단절됐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미훈련 중단을 포함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사전훈련이 시작된 10일 경기 동두천시 미군부대에 장갑차 등 각종 군 장비가 도열해있다. 배우한 기자

한미연합군사연습 사전훈련이 시작된 10일 경기 동두천시 미군부대에 장갑차 등 각종 군 장비가 도열해있다. 배우한 기자

미국을 향해서는 2018년 이후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부부장은 "(주한미군 주둔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화근"이라며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 등 적대시 조건 철회가 선결돼야 하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핵을 지칭할 때 쓰는 '절대적인 억제력'을 언급하며 핵 보유·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표현 수위는 낮추고, '김정은 의중' 무게는 더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 부부장이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힌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가 대남·대미 메시지를 도맡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담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담겨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고 수준'의 위치에서 북한의 요구 조건을 한미에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선 복원 당시 "북남 수뇌분들의 합의"라고 밝혔던 것처럼 이날 통신선 단절도 김 위원장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간 대남·대미 비판 담화에 동원됐던 원색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전반기 한미훈련이 실시된 올해 3월에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가리켜 '태생적 바보', '판별능력마저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 '강한 유감' 등의 다소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내놓은 담화인 만큼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감안한 외교적 수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한미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독설이 없는 담화에서 남북·북미대화의 명분을 찾으려는 초조감이 읽힌다"고 말했다.

3월 훈련 후 단거리미사일 발사한 北

잠수함에 탑재되는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잠수함에 탑재되는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주목되는 것은 '경고성 담화'로 불편한 심기를 한껏 드러낸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다. 북한은 전반기 한미훈련 종료 직후인 지난 3월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쏜 데 이어 나흘 뒤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2발을 시험발사했다. 김 부부장이 당시 "남조선 당국이 '따뜻한 3월'이 아닌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지 5일 만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에는 과격한 표현이 빠진 데다 원론적인 입장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도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통신선 단절과 관련해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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