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와인 명가' 佛·伊 직격탄... 올해 생산량 10~30%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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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와인 명가' 佛·伊 직격탄... 올해 생산량 10~30%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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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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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고온과 냉해 탓 포도 작황 부진
수확시기 관측도 어려워 맛도 바뀔 듯

게티이미지뱅크

‘와인 명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기상 이변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올해 초부터 냉해와 가뭄, 폭우 등이 몰아치면서 포도 수확량이 급감했고, 그 결과 포도주 생산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다. 기후변화 탓에 와인의 생명인 ‘맛’마저 바뀔 조짐이라 농가와 양조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민단체 콜디레티는 이날 “해수면 상승과 가뭄 등 기후변화로 농작물이 파괴되고 있다”며 올해 농업 분야에 10억 유로(약 1조3,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릴 만큼 기온에 민감한 와인용 포도는 직격탄을 맞은 작물 중 하나다. 이상 고온으로 이탈리아 남부에선 예년보다 포도 수확이 일주일 일찍 시작됐고, 폭우가 쏟아진 북부는 열흘가량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콜디레티의 설명이다.

작황 부진은 와인량 감소로 이어진다. 최대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의 올해 포도주 생산량 예상치는 4,400만∼4,700만 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5~10% 줄어든 것이다. 1헥토리터는 표준 사이즈 와인 133병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세계 2위 와인 생산국이자 종주국인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올 3월 대표적 와인 산지인 보르도, 부르고뉴, 론 등은 느닷없는 무더위로 한낮 기온이 영상 26도까지 오르는 바람에 포도나무가 일찍 개화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이례적 한파로 기온이 영하 6.7도까지 떨어져 서리가 농작물을 뒤덮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름철엔 폭우마저 내려 곰팡이 피해까지 낳았다.

4월 프랑스 낭트 인근 포도밭에서 한 남성이 서리가 내린 포도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낭트=AFP 연합뉴스

여파는 상당하다. 올해 프랑스 와인 생산량은 작년보다 24~30% 감소한 3,260만∼3,560만 헥토리터로 추산된다. 프랑스 농림부는 “파괴적 서리와 폭우 피해로 포도 수확량이 크게 줄었던 1977년에 필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샴페인용 포도의 경우, 아예 예상 수확량의 절반 이상이 상했다는 게 생산자들의 호소다. WP는 “극한 기후로 인한 생산량 급감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미국의 높은 관세에 맞서 싸우는 와인 산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상 기후가 당장 내년 포도주 값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통상 와인 생산자들은 공급 감소 또는 수요 급증 상황을 대비해 수년간 생산량을 비축해두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한두 해 안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매년 같은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세계기상협회(WWA)를 인용해 “기온이 올라 과수의 생장이 빨라지면서 극심한 서리 피해를 입을 확률이 60% 높아졌다”고 전했다.

기상이변으로 바뀐 ‘수확 방정식’은 맛마저 변화시킬 듯하다. 와인 맛은 주재료인 포도가 얼마나 잘 익었느냐, 언제 수확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포도는 익을수록 당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너무 많이 익으면 신선함의 지표인 산도(酸度)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명 양조업체들은 산도와 당도가 적정한 시점을 정밀하게 계산해 포도를 수확해 왔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상 고온 탓에 수확 예측이 한층 복잡해졌다”며 “기후변화가 와인 맛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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