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임' 루카셴코, 대선 1주년 대담서 발언
"대통령 후보군으로 15~20명은 보인다"
야권 압박은 계속…"서방과 협력, 쿠데타 모의"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에 직면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벨라루스 대통령이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는 않아 '독재자'라는 비판에 맞서기 위한 수사 정도로 읽힌다.
9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대선 1주년 대담에서 후계자 관련 질문을 받고 "후임이 나올 것이고, 아주 조만간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적당한 시점에 후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덧붙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임기 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대선은 2025년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대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내년 2월 전에 대통령 권한은 의회와 총리 등에게 나누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그는 "현재 대통령으로 성장할 만한 후보가 15~20명 정도 보인다"면서 "(차기 대선에서) 누군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27년간 집권 중인 루카셴코가 자신이 권좌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야권이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주장하거나 서방 세력이 벨라루스 내정에 간섭한다는 식의 발언도 이어갔다. 앞으로도 야권 탄압이나 강압적 시위 진압 상황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이는 지점이다. 또 최근 피살 의혹이 불거졌던 야권 활동가 비탈리 쉬쇼프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쉬쇼프는 나에게도, 벨라루스에도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망자를 깎아내리며 벨라루스 당국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쉬쇼프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이달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후 혼란에 빠졌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수 개월간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강경 진압으로 3만5,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에 출마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야권 후보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으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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