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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형평성 논란 불구 경제 상황·우호적 여론에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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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형평성 논란 불구 경제 상황·우호적 여론에 풀려나

입력
2021.08.10 04:5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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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이례적 가석방 이유 직접 설명
정치권도 지원 사격해 일찌감치 예견
"정치적 결단 필수… 靑과 조율했을 것"
경영권 승계·프로포폴 재판 '첩첩산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8ㆍ15 가석방’ 명단에 오르게 된 건 재계의 지속적인 석방 요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음하는 경제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벌 총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예전보다 감소해, 가석방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점도 석방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경제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박범계 장관은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가석방이 결정된 810명 중에서 석방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인물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재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이재용 석방론’이 공식화한 건 올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였다. 재계 수장들이 이 부회장 특별사면을 건의하자,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화답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 등에 대해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 등에 대해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특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가석방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대통령 권한으로 실시되는 특사와 달리 법무부 행정 절차에 따른 가석방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가석방에 대해 군불을 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이 부회장 석방은)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게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선 “법무부 지침상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 분위기를 재차 전했다. 박범계 장관도 당시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말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호응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광복절 석방’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60~70% 찬성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도 정치적 부담을 줄였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법령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토록 한 형법이나 가석방 심사 대상의 형기 대비 복역률(집행률)을 60%로 낮춘 법무부 내규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가석방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재벌 총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던 만큼, 정부 기조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석방의 형식적 요건이 구비됐다고는 하지만 이 부회장 같은 거물 경제사범을 대상에 포함시킨 건 정치적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대선을 앞둔 '선심성 행정'이라고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끝난 후 청와대와 소통한 뒤 결론을 냈던 전례와 달리, 회의 직후 가석방 대상에 특정인 포함 여부를 법무부 장관이 직접 알린 건 청와대와 미리 결론을 정해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난다고 해도, 당면한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이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재판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가석방은 법무부의 영역일 뿐, 사법부가 이를 감안해 유무죄나 양형을 판단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유의 몸이 된 만큼 이 부회장이 재판을 대비하기는 훨씬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아람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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