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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묻어둔 '뇌물공여' 지각 기소한 檢… "진술 대가 불입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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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묻어둔 '뇌물공여' 지각 기소한 檢… "진술 대가 불입건" 논란

입력
2021.08.10 04: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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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사기 주범' IDS홀딩스 김성훈
검찰, 최근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
당시 수뢰 경찰만 유죄… 김씨엔 면죄부
SAC 김민성 이사장·박연차 게이트 때도
수사 협조 이유 면죄부·처벌수위 낮춰
"기소 편의주의 활용 고무줄 처벌" 논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들이 2017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들이 2017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1조 원대 금융사기' 범행으로 복역 중인 IDS홀딩스 전 대표 김성훈(51)씨가 최근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검사 재량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4년 전 뇌물 수수자인 경찰관을 기소하면서도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는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이 과거 김씨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진술 대가로 불입건은 물론이고 김씨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원하는 수사 결과를 얻기 위해 국내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플리바게닝'(자수 및 다른 사람 범죄를 증언하는 조건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협상)을 기소 편의주의를 지렛대로 시도했다는 것이다. 수사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한데도 입건조차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선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훈, 4년 전 입건조차 안 돼 논란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지난 5일 IDS홀딩스 사기 사건 주범 김씨를 6,390만 원 상당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는 2015~2016년 경찰관 윤모씨에게 IDS홀딩스 관련 단속 정보나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수사정보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윤씨 투자에 대해 고액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고발장을 냈다. 그해 11월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이번에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낸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뇌물 사건을 2017년에 이미 수사했다. 그럼에도 김씨가 뇌물공여 혐의로 뒤늦게 추가 기소된 건, 검찰이 4년 전엔 김씨 혐의를 파악하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김씨에게 뇌물을 수수한 경찰관 윤씨는 뇌물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의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는 "김씨는 진심으로 반성할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뒤로는 범죄수익 은닉까지 도모하고 있었다"며 "검찰이 성과에 눈이 멀어 경찰에 대한 뇌물공여 진술을 한 대가로 김씨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당시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씨와 '진술 거래'를 시도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그보다는 김씨가 수사에 협조적이었고, 사기 혐의 등으로 이미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뇌물 혐의로는 입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조 원대 사기 행각에 도움을 받고자 뇌물을 건넨 죄질을 감안하면, 검찰이 김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구나 검찰 스스로 4년 전과 180도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검찰 수사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김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사기 사건과 뇌물공여 사건은 전혀 성격이 다른 범죄여서, 뇌물공여 사건도 실체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선 검찰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묵적 플리바게닝, 적정선 있나

검찰이 범죄 혐의를 파악하고도 기소하지 않거나 입건조차 하지 않는 사례는 다른 뇌물 사건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전 의원에게 수천만 원씩을 건넸다고 진술한 김민성(본명 김석규) 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이사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입건유예로 결론 난 게 대표적이다.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공여자는 처벌받지 않고, 받았다고 지목된 사람들만 법정에 선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는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그의 가족과 회사로 수사를 확대해 압박한 뒤 '금품수수 리스트'를 받아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검사의 기소 재량권 자체를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패범죄나 조직범죄는 사건의 성격상 플리바게닝 없이 수사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부 출신의 지방검찰청 간부는 "수사협조 대가로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도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선 암묵적으로 플리바게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속 여부나 석방 의견, 구형을 결정할 때 수사 협조 여부를 고려하는 건 원칙만 지킨다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원칙을 벗어날 경우 무리한 수사나 자의적 수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법조인들도 "김성훈씨 사례처럼 입건조차 하지 않는 건 잘못된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판단 근거가 기록으로 남도록 투명하게 사건을 처리할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명확한 원칙 없이 검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검찰 조직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전관 변호사나 정치권 입김에 따라 사건이 왜곡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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