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원장
의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스갯소리 중에 '피안성'이라는 말이 있다. 속칭 잘나간다는 전문 진료과목을 꼽은 것인데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피안성'이 '정재영'으로 바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지칭하는 말이다. 의료계의 이런 흐름에서 파악해보컨대 우리사회의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에는 수면유도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을 투약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기실에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정신건강의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복용하는데도 일시적인 증상완화에와 고혈압약 당뇨약처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짧게는 1~2년, 10년 이상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복용을 오랫동안 할수록 화학성분의 과도한 투입으로 장의 건강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장의 유익한 세균 활동이 저하되고 장뇌축(Gut-Brain Axis), 즉 교감-부교감신경계인 자율신경계 균형을 무너뜨려 각종 신경정신과 질환이 오히려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의사들이 처음 의업에 몸담을 때 의료윤리를 지킬 것을 다짐하며 낭독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으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즉, 장이 나빠지면 온몸 곳곳에 병이 올 수밖에 없다. 이는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신경과질환은 장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요즘 한의학계에서도 '장정뇌청(腸淸腦淸)'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즉 장이 깨끗하고 건강해야 뇌가 맑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장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좋은 것은 걷기운동이다.
장의 건강에도 특히 유효하다. 히포크라테스의 건강 명언에 있을 만큼 유익한 운동이다. 히포크라테스의 건강명언에 의하면 실제로 위를 보고 힘차게 걸으면 슬픔이 위로되고 우울한 마음이 줄어든다는 것이 된다. 단 밤중보다는 햇볕이 좋은 아침이나 낮 시간에 가급적 자연과 벗 삼아 걷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걷기가 왜 정신건강에 특효일까? 첫째 보폭을 평소보다 넓게 가져가는 힘찬 걷기 운동은 장을 자극하고 뇌를 자극하여 자율신경계 기능을 바로잡아 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숲속의 피톤치트 같은 생리활성물질과 산소를 리드미컬한 네 박자 호흡이나 긴 호흡으로 들이마시면서 햇볕을 쬐며 걷는 운동은 장에서 세로토닌 호르몬을 잘 만들게 하고 이를 수면을 유도하는 멜로토닌으로 전환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아침에 쬐는 황색광이 인체로 하여금 한낮의 백색광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것이다.
건겅한 정신과 마음을 가지기 위해 낮에 잠시나마 하늘을 보며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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