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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된 '마스크 쓰레기', 지속가능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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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된 '마스크 쓰레기', 지속가능성을 묻다

입력
2021.08.14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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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디자이너 인터뷰

김하늘 디자이너가 '마스크 쓰레기'로 만든 의자를 들고 있다. 그의 뒤로 마스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 뭉치가 쌓여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김하늘 디자이너가 '마스크 쓰레기'로 만든 의자를 들고 있다. 그의 뒤로 마스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 뭉치가 쌓여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디자이너 김하늘(23)씨가 제작한 의자의 재료는 놀랍게도 '마스크 쓰레기'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이 '마스크는 플라스틱인데 왜 재활용이 안 될까'라는 의문을 품고 만든 이 작품은 업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실용 가구이자, 코로나19 시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됐다. 부산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에 이어 다음 달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초청된 그를 10일 전화로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서 발생하는 폐마스크만 한 해 73억 장. 마스크 폐기 문제의 심각성을 접한 그는 가구로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동시에 이런 '지속가능성'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스크로 만들 가구로는 가구의 기본이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자를 택했다.

김하늘 디자이너가 '마스크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의자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김하늘 디자이너가 '마스크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의자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마스크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기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라이터로 지지고, 물에 넣고 끓여보는 시행착오 끝에 마스크를 틀에 대고 열풍기로 녹인 뒤 굳히는 지금의 방법에 정착했다. 이렇게 탄생한 의자에는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버려지는 마스크가 쌓여가는 모습이 그려졌고, 작업도 마스크를 녹여서 쌓는 방식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자가 겹쳐 쌓일 수 있게 설계한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진짜 난관은 폐마스크를 구하는 일이었다. 초기에는 가족, 지인을 통해 폐마스크를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교내에 직접 마스크 수거함을 만들었는데, 얼마 안 가 2차 감염 우려가 제기됐다. 모을 수 있는 양도 한계가 있었다. 스툴 의자 1개를 만드는데 마스크 1,500장이, 등받이 있는 형태는 4,000장이 소요된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이나 불량품을 공급받아 만들고 있다. 그는 "마스크 자투리 천이 작은 공장 한 곳에서만 한 달 동안 1톤가량 나온다"며 "저는 '깨끗한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마스크 공장에서도 폐기물 처리 비용이 5분의 1 정도 줄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크 쓰레기로 인센스 홀더, 탁상 조명 같은 다른 소품도 만들고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가 스툴의 좌판과 다리를 만들고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김하늘 디자이너가 스툴의 좌판과 다리를 만들고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물건을 만드는 일 자체가 환경을 해치는 건 아닐까. 업사이클링 제품, 친환경 제품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의자를 작업하면서 전기도 쓰고, 공해도 발생할 때는 '이게 정말 환경을 위한 일인가' 스스로 묻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럼에도 이 결과물이 세상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 목소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고 제 역할이 있다는 생각에 작업을 이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스택 앤 스택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공공 기관, 환경 단체 등 공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곳에 한해 소량으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P4G 정상회의를 기념해 열렸던 대림미술관 전시(기묘한 통의 만물상)를 계기로 청와대에서 소장 의사를 밝혀 작업 중에 있다.

계원예대 학생들이 교내 카페에 놓여 있는 의자, '스택 앤 스택'에 앉아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계원예대 학생들이 교내 카페에 놓여 있는 의자, '스택 앤 스택'에 앉아 있다. 김하늘 디자이너 제공

김씨는 계속해서 업사이클링 소재로 디자인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는 "예전에는 디자인을 나무, 철, 금속 등 소재 또는 작업 방식으로 구분했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지속가능하냐, 아니냐로 구분될 것"이라며 "폐마스크 외에도 헌옷, 폐타이어 소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업사이클링 소재의 조형적인 한계에 대한 갈증은 있다"면서 "'지속가능하면서, 보다 더 아름다운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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