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지위 상승을 가로막는 이른바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했다. 국내 상장법인 중 여성 임원 비중은 5%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여성 임원 평균 비중이 25.6%인 것과 비교하면 낙제점 수준이다. 그마저도 꾸준히 회사를 다니며 승진했다기보다는 외부에서 데려온 여성 사외이사 수가 늘어 조금 상승한 게 이 정도다.
여성 근로자 중 임원 비중은 0.41%
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상장법인 2,246곳의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 임원은 1,668명(5.2%)이다. 2019년 4%, 2020년 4.5%보다 늘긴 했지만 여성 임원 한 명 없는 기업이 여전히 1,431곳(64.7%)이나 된다. 근로자 대비 임원비율을 보면 상장기업 기준 여성 임원은 전체 여성 근로자 244명당 1명꼴이었다. 확률로 보면 0.41%. 39명당 1명인 남성(2.57%)과 6.3배 차이다.
등기임원으로 좁혀 보면 여성 사내이사는 2년 전 373명에서 올해 34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남성 사내이사 수도 같이 줄었기 때문에 비중으로 따지면 증가(4.4%→4.6%)했다. 하지만 전체 비중을 끌어올린 건 사외이사였다. 2019년 125명에서 올해 3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성 임원 1명' 대부분 구색 맞추기
내년 8월 5일부터는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은 이사회(등기임원 기준)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적용된다. 남녀 이사회가 반드시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기준을 적용해본 결과, 2조 원 이상 기업 152곳의 임원 8,677명 가운데 여성은 491명으로 비중이 5.7%에 그쳤다.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이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기준을 충족시킨 기업은 85곳으로 55%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기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여성 사내이사는 2019년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데 그쳤으나, 사외이사는 28명에서 92명으로 대폭 늘었다.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카카오로 이사회 7명 가운데 여성이 2명이었다. 75개 회사는 여성 임원이 1명이었고, 이 1명도 대부분 사외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색만 맞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승진 임원이 늘도록 지원해야
여성 임원을 늘리자는 것은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는 내부 여성 인재 육성과 발탁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은 외부 전문가에게 사외이사 한 자리 내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여성들의 조직 내 리더십 강화 등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부처 차원에서 기업 문화 개선 컨설팅, 여성 인재 아카데미 등을 통해 기업이 더 많은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구성원들의 인식도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미 기업들은 유리천장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성별 임원 현황을 공개하는 것 자체도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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