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인근 해상서 '아스팔트 프린세스호' 나포?
강경파 정권 출범 앞둔 이란, 사건 배후 지목돼
이란 "우리와 무관... 이스라엘 등의 음모" 부인
최근 이스라엘 유조선이 오만 인근 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파나마 국적 유조선이 무장세력에 의해 나포됐다가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의 시차는 불과 5일이다. 모두 서방에 적대적인 강경파 정권 출범을 앞둔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영국 해군 해사교역운영국(UKMTO) 등에 따르면,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항에서 동쪽으로 약 60해리 떨어진 오만해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향하던 유조선 ‘아스팔트 프린세스호’가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뒤이어 이 유조선은 원래 항로를 이탈해 이란 영해 쪽으로 향했고, 연락이 두절됐다.
다만 하루 만인 4일, 해당 선박은 풀려났다. UKMTO는 “선원과 선박 모두 안전하며, 사건이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느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인지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선박 나포 배후 및 목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유조선 피격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란이 배후로 의심되고 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유조선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확신한다”며 “국제사회가 집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란은 유조선 나포를 즉각 부인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군과 중동의 이슬람 저항운동 세력은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유조선 관련 사건 때에도 이란은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란이 의심을 받는 건 현 상황과 전력 때문이다. 5일 출범하는 이란 새 정권은 직면한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협상 재개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협상은 6월 이란 대선에서 대미 강경파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당선되면서 중단됐고,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이란이 협상에서 미국 등을 압박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위협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실제 이란은 JCPOA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직후인 2019년부터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겨냥, 나포와 어뢰 공격 등을 벌였다. 올해 초엔 국내 동결 자금을 풀기 위해 한국 선박도 억류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 이상이 지나가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런 상황 탓에 중동 지역 내 긴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핵합의 복원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란이 언제든 해상 무력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이란에 의한 공격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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