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선수촌의 ‘이순신 장군 현수막’ 논란 이후 일본 언론의 ‘한국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이 도쿄올림픽을 ‘반일’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비난한다고 성토하는 식이다. 이런 보도가 일본 국민과 정치권에 오해를 키우면서 한일 관계 복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선수단이 마련한 도쿄올림픽 급식지원센터가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주장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진) 피해 지역의 농림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세계를 향해 호소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는 취지를 이번 대회에서 일관하고 있다"면서 "한국 측에 지금 말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언론 매체들은 한국 대표팀을 위해 마련한 급식지원센터가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3일 보도했고, 일본 정치인들은 일본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일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선수단에) 후쿠시마현 식자재를 먹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선수단은) 올림픽 때마다 급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입에 맞는 음식 때문”이라고 설명한 사실은 일본 언론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빅토리 부케’ 논란도 일본 언론은 유독 부각시켰다. 도쿄올림픽이 ‘부흥 올림픽’을 내세운 만큼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를 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현의 꽃을 부케로 만든 것인데 한국 매체가 방사능 논란을 제기해 재해지역 주민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선수촌의 ‘범 내려온다’ 현수막에 대해서도 ‘반일’ 딱지를 붙였다. 호랑이 그림이 “가토 기요마사의 호랑이 사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을 연상시킨다”는 억지 논리까지 동원됐다.
‘한국 때리기’는 산케이신문, 석간후지 등 우익 성향이나 야후재팬에 기사를 송고하는 각종 인터넷 매체와 스포츠 매체 등이 주도하고 있다. 산케이는 3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의 반일 감정으로 보면 도쿄올림픽은 성공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실패라고 몰아붙이고 싶은 것”이라면서 “한국의 반일 퍼포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하고 악질적”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상호간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선수단의 급식지원센터가 ‘풍평(風評) 피해’를 일으킨다며 직접적으로 항의한 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테기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기존의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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