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 투지에 '베이징 5인방' 경험 믿는다
고영표 vs 야마모토 선발 맞대결
2008년 8월 22일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은 2-2로 맞선 8회, 이승엽의 극적 역전 투런홈런을 앞세워 6-2로 승리했다. 기세를 몰아 다음 날 쿠바와의 결승전마저 이기고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룬 한국 야구는 이 날(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제정했다. 오늘날 KBO리그 흥행의 기폭제, 제2의 프로야구 르네상스를 연 '사건'이었다. 반면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야구의 나라 일본은 이날 이후 타도 한국을 외치며 설욕을 별러 왔다.
숙명의 재회가 13년 만에 이뤄지게 됐다. 똑같은 준결승이고 장소만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다. 도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야구 한일전이 4일 오후 7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결승 진출 티켓이 걸린 운명의 한판이다. 패자부활전 방식 덕분에 이 경기에서 져도 결승에 오를 기회는 한 번 더 있지만 금메달까지 가는 길에 피할 수 없는 상대다. 일본의 데일리스포츠는 '일본 대표팀 마침내 한국과 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13년을 기다린 일본의 전의를 묘사했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은 2일 미국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뒤 자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기 막판 끈기가 있고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계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경기를 잘해나가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돌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베이징대회 당시 신구 조화가 이뤄졌던 전력과 비교하면 신예 위주의 이번 김경문호는 불안 요소가 있다. 특히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같은 확실한 에이스 없는 마운드가 일본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일본도 해외파가 참가하지 못했지만 한국전 선발이 확정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를 비롯해 참가 6개국 중 가장 안정적인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리틀 오타니'로 불리는 만 23세의 야마모토는 150㎞ 후반대의 강속구와 포크볼을 앞세워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 중인 초특급 신성이다. 조별리그 첫판인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 일본의 홈이라 불리한 여건이지만 단기전은 다르고, 한일전은 더더욱 예측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한국은 프로 선수로 대표팀을 꾸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일본과 총 36차례 만나 19승 17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여지없이 국제대회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6-5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9회 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일 다시 만난 이스라엘에 11-1 콜드게임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일본전 비장함으로 똘똘 뭉쳐 결승 진출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은 '잠수함' 고영표(KT)가 선발 중책을 맡았다.
신예 위주의 대표팀이지만 베이징올림픽 일본전 승리의 기억을 간직한 5명이 다시 뛰고 있는 것도 선수단에 큰 힘이다. 당시 프로 3년차 신예로 참가해 금메달에 일조했던 김현수(LG)는 이제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면서 뜨거운 타격감까지 자랑하고 있다. 오승환과 강민호(이상 삼성)도 올림픽 2연패를 꿈꾼다. 진갑용은 당시 선수로, 이번엔 코치로 참가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 그때도, 지금도 김경문 감독이다. 13년 전 신들린 듯한 용병술로 주목받았던 김 감독은 금메달 훈장을 달고 KBO리그에서도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베이징 멤버인 봉중근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3일 "투수나 타자나 경기 초반에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잘 적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일전은 분명히 다르다. 일본 투수들이 좋지만 경기 흐름만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기 때문에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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