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왜관초 5학년 유아진 양
한국전 실종 美 육군 엘리엇 중위 사연 접하고
칠곡군에 "유해를 꼭 찾아달라" 편지
유해발굴 부대, 손편지 복사해 장병들 보관
유가족도 "꼭 만나자" 화답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엘리엇 중위님이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한국 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한 초등학생의 편지에 태평양 너머 유가족도 화답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왜관초 5학년 유아진(11)양. 미국에 있는 실종 미군의 유가족도 유 양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칠곡은 한국전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2일 칠곡군에 따르면 유 양은 지난달 28일 미 육군 중위 제임스 엘리엇(James Elliot·당시 29)의 유해를 찾아달라며 칠곡군에 손 편지를 전달했다.
유 양은 편지에 '최근 (칠곡) 호국의 다리에서 '엘리엇 미 육군 중위와 그의 부인 이곳에 잠들다'는 기념비를 보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복무 중 실종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지켜준 엘리엇 중위님 존경하고, 고맙습니다'라며 '엘리엇 중위님의 유해를 꼭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편지를 받은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 지역 전사자 유해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50보병사단장 김동수 소장과 칠곡대대장 정주영 중령에게 유 양의 편지를 전달했다. 장병들은 유 양의 편지를 복사해 지갑에 보관하면서 전사자 유해발굴의 각오를 다졌다.
정 칠곡대대장은 "편지를 읽고 난 뒤 수 많은 호국영령과 유가족의 아픔이 느껴졌다"며 "마지막 한 명의 전사자 유해까지 발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양은 칠곡군의 요청에 따라 이 편지를 영어로 다시 써서 엘리엇 중위의 딸 조르자(73) 씨에게도 보냈다. 답장은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바로 날아왔다. 조르자 씨는 "대한민국의 초등학생이 외국 군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젊은 세대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됐다"며 "아버지와 다른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유 양의 아름답고 밝은 영혼이 변하지 않기 바란다"며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 간다면, 직접 만나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양은 "칠순이 넘은 아들과 딸이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수많은 호국 영령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엘리엇 중위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2사단 38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1950년 8월 27일 야간 작전 중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실종됐다. 당시 23세던 부인 엘리엇 블랙스톤은 2, 3세된 남매를 키우며 남편을 그리워 하다 201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은 2015년 5월 어머니 유해를 낙동강에 뿌리면서 부모가 사후에도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
칠곡군은 지난 2018년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에 엘리엇 중위의 아들과 딸을 초청해 명예 군민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백 칠곡군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타국의 백발 노인까지 실종 장병 유해를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19와 폭염으로 힘들지만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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