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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모르는 마스코트 이름… 그립다, 수호랑·반다비 

입력
2021.08.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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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현장에 파견된 취재기자가 재난 상황에서 겪은 생생한 취재기를 전달합니다.

2018년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내에 위치한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스토어 모습. 사진 하단부에 보이는 수호랑, 반다비 가방걸이인형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내에 위치한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스토어 모습. 사진 하단부에 보이는 수호랑, 반다비 가방걸이인형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은 ‘캐릭터 강국’ 일본 자존심에 오점을 남길 대회로 보인다. 마스코트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이름은 미라이토와(Miraitowa), 패럴림픽 마스코트 이름은 소메이티(Someity). 대회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좀처럼 존재감이 없다. 최근 “올림픽에서 마스코트들은 아직 어떤 메달도 따지 못하고 있다”며 마스코트들의 인기가 너무 없는 실태를 비꼰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실감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드론 연출로 하늘에 수놓여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수호랑(올림픽 마스코트)과 반다비(패럴림픽 마스코트)와 달리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푸대접당했고, 거리는 물론 대회 현장에서도 노출이 거의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백 번 양보해도 수호랑과 반다비의 친근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최근 도쿄올림픽 파견 후 첫 휴일을 맞아 벼르고 별러 기념품 가게 탐방에 나섰다. 취재진 업무공간인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있는 공식 기념품 가게는 지나갈 때마다 줄이 길어 평창 때의 수호랑 반다비만큼 인기가 많은 건가 싶었는데, 막상 줄을 서보니 입장인원 제한(최대 6명) 때문이었다.

취재진이 이동제한 기간(입국 후 14일)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념품 가게인데, 작은 편의점 정도의 공간에 만들어져 기본 20분 이상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주머니는 얄팍한데 떠오르는 얼굴은 왜 이리 많은지, 줄을 서 있던 시간 동안 ‘누구는 뭐, 누구는 뭐 사주면 좋겠네’ 혼자 떠올려봤다.

‘자판기 천국’ 일본 특유의 기념품 자판기가 신선했다. 대기 줄 왼쪽엔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티셔츠가 걸려 있다. 한정판이라면 보통 가장 먼저 매진되던데, 사는 사람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볼 수 없는 걸 보니 올림픽 스타디움(개회식장) 항공사진이 찍혀 있는 이 티셔츠는 영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도쿄 패럴림픽 마스코트 소메이티. 도쿄=김형준 기자

도쿄 패럴림픽 마스코트 소메이티. 도쿄=김형준 기자


“넥스트, 컴 인” 드디어 차례가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한 장 구매하려고 마음먹었던 옷깃 잇는 반팔 티셔츠 디자인이 영 밋밋하다. 엠블럼도 없이 가슴에 ‘도쿄 2020(TOKYO 2020)’이 적혀 있는데, 다섯 달 뒤면 2022년이 되는 판이라 내년 여름쯤엔 다시 꺼내 입기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다. 가격도 4,500엔(약 4만5,000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둘러보니 어떤 상품에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기념품이니 상대적으로 비싼 건 이해하지만, 예쁘거나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상품이 거의 없다. 약 3만 원짜리 모자, 4만 원이 넘는 인형, 그 밖에 과자, 볼펜, 노트, 머플러, 마그넷(냉장고 자석), 젓가락, 부채 등 관광지에 가면 하나씩 있을 법한 기념품들을 모두 건너뛰고 집어 든 건 대회 기념 골프공과 노트 정도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상품들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서서 ‘폭풍 구매’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증샷을 올리고 일부 제품은 품귀 현상으로 높은 가격에 재거래 됐던, 수호랑 반다비 인기가 얼마나 컸는지가 실감되는 시간이었다.

다소 놀라웠던 건 자원봉사자로 추정되는 기념품 가게의 스태프(고령이었다)조차 이 두 캐릭터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 상품을 가리키며 마스코트 이름을 읊었더니, 직원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이후 직접 기자를 불러 ‘이게 미라이토와, 이게 소메이티’라며 제품에 적힌 일본어를 읽어준다. 스태프를 탓할 일은 아니나,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가 측은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도쿄=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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