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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본험 리처드함’ 불낸 수병 1년 만에 단죄

입력
2021.08.02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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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1000톤급 ‘미니 항모’ 강습상륙함?
수리 비용 너무 들어 결국 해체 결정

지난해 7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항에 정박 중이던 해군 상륙강습함 본험 리처드에서 화재가 나자 소방선 등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항에 정박 중이던 해군 상륙강습함 본험 리처드에서 화재가 나자 소방선 등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 항구.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화재는 판지상자, 누더기, 관리물품 등이 보관된 선박 하부보관소에서 시작됐다. 불길은 승강기 통로와 배기가스 배출구 등을 타고 번졌고 두 차례 폭발로 이어졌다. 폭발음은 배에서 21㎞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

소방대원과 소방선, 소방헬기가 총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화재는 나흘이나 계속됐고 60명 넘는 선원과 민간인이 부상을 입었다. 2억5,000만 달러(약 2,880억 원)의 비용을 들여 2년째 개조 작업 중이던 함정은 결국 진수된 지 24년 만에 폐선 처리 결정이 났다. 미 해군 역사에서 전투 외 이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례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본험 리처드함 화재 1년여 만에 단죄가 이뤄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달 29일 본험 리처드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수병 1명을 기소했다. 본험 리처드함 승조원이었던 그에게는 공격적 방화와 의도적인 함선 손상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이 수병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고 범행 증거나 방화 동기도 알려지지 않았다.

본험 리처드는 ‘좋은 사람 리처드’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 명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필명이기도 하다. 이 배는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으로, 배수량 4만1,000톤에 길이는 257m에 달한다. 소형 항공모함급이다. 전쟁이 터지면 미 해병대와 수륙양용전투차량 등을 상륙시키는 역할을 한다. F-35B 전투기까지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화재로 함체의 60% 정도가 망가졌다. 함정 복구에 최대 40억 달러(약 4조6,000억 원)가 소요되고 기간은 7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병원선 같은 다른 용도의 선박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여기에도 10억 달러(약 1조1,500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해체 후 폐기가 결정됐다.

1997년 진수된 본험 리처드함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키리졸브 같은 한미연합군사연습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해 인근 해역에서 훈련하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기억도 있다. 사고 당일 구조헬기 MH-60 2대를 사고 해역에 출동시키고, 같은 날 밤 사고 현장에 도착해 탐색구조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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